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나는 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 독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설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작가 이름만으로 믿고 읽는 소설이 점점 늘고 있다. 그 중 소설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 전부터 꽤나 오랜 시간 나에게 '역시!'라는 감탄과 마음을 채우는 감동을 준 소설가가 있었으니 바로 '미치 앨봄'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이 출간한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지금 당장 잃어버린 것에 집중하느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놓치며 살지는 않아요?'라는 책 뒷표지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이 책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책장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미치 앨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에미상을 수상한 방송인이며 인기 칼럼니스트이다. 매 작품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각종 언론으로부터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라는 극찬을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다섯 번의 만남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마지막 순간'을 시작으로, 첫 번째 만남 '상처', 두 번째 만남 '친구', 세 번째 만남 '포옹', 네 번째 만남 '어른', 다섯 번째 만남 '이별'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으로 마무리 된다. 감사의 글과 옮긴이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서문'을 보면, 이 소설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에디 삼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어렸을 때, 삼촌은 병원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어느 날 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 병상 옆에 앉아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봤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미치 앨봄의 천국이나 사후 풍경에 관한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여성이고, 애니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는 젊었기에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천국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국은 늘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 (10쪽)

쿵~ 시작이 강렬하다. 이 책은 시작부터 죽음을 말한다. 여기 적은 '쿵'은 생각지도 못한 죽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은 것에 대한 느낌이기도 하고, 애니라는 여성이 하늘에서 쿵 떨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죽음으로 시작된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살면서 죽음 만큼 적응하기 힘들고 괴로우며, 생각하기 싫은 것도 없다. 하지만 미치 앨봄은 부드럽고 따스하게, 우리의 생각을 안내해준다. 특히 살면서 문득 느끼던 것을 잘 정리해서 담아놓은 듯한 말에 '맞아, 이런 느낌이야' 공감하며 읽어나갔다.

톨버트가 트럭을 몰고 나왔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애니와 파울로가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도중에 서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무진 운전기사가 아파트 문 옆에 놓아둔 가방을 잊지 않고 챙겼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 (23쪽)

누구나 제각각 사후세계나 천국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아직 우리는 잘 모르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미치 앨봄이 들려주는 상상의 세계에 집중해본다.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이렇다면 괜찮겠다,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또한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감사의 글'에 담겨 있으니 짚어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사건에 영감을 받아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매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아내 제닌에게도 한 마디 남기는 등 소설 밖의 이야기에도 집중해본다.

단숨에 읽어나갔다. 일단 손에 들면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서 기어이 마지막 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역시 미치 앨봄이다. 평소라면 바쁜 일상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죽음에 대해, 천국에 대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걸음을 멈추고 차근히 생각에 잠기도록 안내해준다. 특히 이야기의 마무리도 마음에 든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며 희망을 주는 글을 보며,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잔잔한 여운까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설이니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