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1 (라이트 에디션) - 답답한 세상, 희망을 꿈꾸다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삼국지도 누구의 삼국지냐에 따라 읽는 맛이 다르다. 나처럼 솔직히 책보다는 영화나 요즘책방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더욱 솔깃하게 본 사람도 있고, "삼국지는 정비석 삼국지가 좋았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 어쨌든 삼국지를 통독하지 않았어도 우리 대부분은 유명한 이야기는 어찌어찌 알고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앞으로의 인생 중 삼국지를 읽는 시간을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설민석' 이름을 걸고 출간한 책이어서 기대되었다. 깔끔한 표지의 라이트 에디션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가장 현대적인 삼국지를 접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되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드디어 기대감을 갖고 『설민석의 삼국지』를 읽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본 책은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소설을 원전으로 하여,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집필되었으며, 저자의 의도에 따라 원전과 다르게 구성한 부분들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원전과 다른 부분들은 책의 뒷부분, 〈삼국지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서술되어 있습니다. (일러두기 中)




결국 삼국지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긴 하나, 솔직히 제대로 읽기엔 너무 어렵다는 걸 통감하게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라는 말도 있답니다. 아니, 이렇게나 어렵게 써놓고 세 번이나 읽으라니요! 솔직히 제가 봤을 때, 10명의 독자 중 6명은 중도 포기할 것 같아요. 끝까지 읽은 4명은 다 이해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중 3명은 꾸역꾸역 끝까지 보긴 했지만 계속 내용이 헷갈리고 오리무중일 겁니다. 아마도 1명 정도만 흐름을 깨쳤을 거예요. 결국 세 번을 읽은 사람과만 말을 섞으라는 말은, 삼국지는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흐름이 잡히고 캐릭터가 머리에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저는 친절한 음성 지원으로, 무엇보다도 술술 읽힐 수 있게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 글이야말로 이번 기회에 삼국지를 읽어보고 싶다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생각해보니 사실 몇 권에 걸친 장편은 읽다가 중간에 흐지부지 관둔 경우가 꽤 된다. 삼국지라고 다를 것이 없다. 그래도 여러 번 시도는 했지만, 제갈공명이 죽는 장면 이후에 김이 새서 멈추기도 했고, 꾸역꾸역 끝까지 보긴 했지만 헷갈리기도 했고,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때에 때마침 이 책이 삼국지를 다시 접할 명분을 만들어 준다.

먼저 이 책은 삼국지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일단 부딪쳐볼 수 있도록 쉽게 쉽게 대중적인 강연을 듣는 듯 술술 풀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주변 상황을 잘 설명했고, 인물 성격 묘사 또한 쏙쏙 들어오게 표현했다. 특히 등장 인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적인 삼국지라는 점에 부합하도록 다른 시선으로 보는 방법도 배우는 느낌이다. 또한 이들이 상황에 따라 처해진 심경을 잘 표현해서 이들 인물에 한껏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삼국지에 대한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게 이끌어주며 삼국지를 풀어나간다. 되도록 쉽게,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강연을 듣는 듯,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나간다. 재미와 학습, 두 마리의 토끼를 제대로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잠시, 추가 설명 시간입니다." 라며 삼국지 밖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는데, 이또한 강의 속 꿀팁처럼 눈에 쏙쏙 들어온다. 복숭아에 대한 지식은 물론, 삼국지 속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까지. 그야말로 강연을 듣는 듯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향하게 된다.

이 책은 삼국지 입문서 역할을 하고자 집필했다고 한다. 쉽게 풀어쓰고자 하니 과감히 삭제할 부분은 삭제하고, 살려야 할 부분은 강하게 어필하고, 개연성이 없는 부분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채워넣었다고 한다. 원전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부록 '삼국지 자세히 들여다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원문과는 다르게 중요한 부분을 살려내어 강조하니 더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콕콕 잘 찍어주어 삼국지 보는 재미가 더 커졌기에 삼국지 입문서격인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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