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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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 에세이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이다. 사실 나에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호불호가 갈린다. '일본 사회는 우리와 많이 다르니까 일본 소설이라서 이상한건가?'라는 낯선 이질감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감정이입과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로 바뀐다. 결국에는 낯선 상황보다는 마음에 남는 감성적인 문장으로 기억된다. 그런 점은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부담없이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섬세한 문체를 쓰는 작가의 실제 일상은 어떠한가.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 속 소소한 생각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린다. (책날개 발췌)

정말이지 읽고, 쓰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둘러싼 에세이집을 만들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래서 나는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211-212, 작가의 말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쓰기'에는 무제, 비밀, 그릇장 속에서, 2009년의 일기, 소박한 소설 등이, 2부 '읽기'에는 독서 노트, 모색과 판단-내 인생을 바꾼 소설, 그림책의 힘, 좋아하는 것, 여기에 계속 있다는 것, 최근에 읽은 책, 책 세 권 등이, 3부 '그 주변'에는 산책이 따른다, 상하이의 비, 소유하는 도시, 사양하지 않는 예의, 인도 레스토랑-작가의 먹방2, 여행을 위한 신발, 동네에 피었던 꽃-여름,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첫 작품 「무제」부터 내 취향이다. 첫 작품이 마음에 들면 보통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읽게 되는 경향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노련한 청순미가 있다고 할까.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문득 어떤 부분에서 보면 내 마음이 그 마음이다 싶다. 내 마음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문장을 발견하면 설레는 기분으로 읽어나간다.

서점에 갔다가 내게 특별한 작가의 신간을 발견하는, 그 순간의 기쁨을 뭐라 형용하면 좋을까! "아! 아무개 씨의 신간이 나왔네!" 하고 마음보다 눈이 앞서 외치는 느낌. 서점 안에서, 그곳에만 햇살이 쏟아지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104쪽)


소설은 다른 가공의 인물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에세이는 작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어느 부분까지 드러내고 싶은지, 글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향은 어떠한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를 읽으며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아무 약속도 잡지 않은 휴일 어느 날, 아예 전화기도 꺼두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읽어나가다보면 마음 편안해지는 그런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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