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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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하얀 표지에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라고 쓰인 문구를 보고 생각에 잠긴다. 두 달 남았다는 거다. 여행이든, 퇴사든, 그 어떤 거창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심정은 복잡미묘하다. 다른 내용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았는데도 왠지 모를 짠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이다. 책날개를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직만 다섯 번, 그 중 가장 강력했던 블랙컴퍼니에서의 60일 사투를 글자로 그렸다'고 표현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에 집중해본다.



 

 


 


나는 당신이 다른 누군가를 실망시키게 되거나

배신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힘을 얻길 바란다.

떠남으로 인해 잃는 것이라면

떠나지 않아도 언젠가는 잃을 것이다.

바라건대 내일 밤은 멍드는 일이 없게

오늘은 그 무자비한 곳을 떠나길 바란다. (책 뒷표지 중)

이 책은 2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이어지는 글이다. 매일매일 쓴 것은 아니지만 퇴사 전 작성한 글을 모은 것이다. 빙산의 아주 작은 끄트머리, 가면 안쪽의 맨 얼굴, 신대륙을 찾으라고요?, 가'족'같은 회사의 패러독스, 앵그리 총량의 법칙, 방사능에 오염되는 중입니다, 마음 불편한 복지,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최대한의 노동, 언어폭격기의 잔악, 소통의 시험에 통과하다, 희망고문, 사람과 일한다는 건, 계약직의 설움, 직원이 행복하면 회사가 망한다, 무기계약직, 마지막 자존감, '퉤'사, 백수, 강이 사막을 건너는 법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대개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블랙 컴퍼니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데 훌륭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249쪽)

직장 생활 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만 열심히 한다고 속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답답한 현실에 분노하며 읽어나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직장에 몸담아본 사람처럼 생생하게 장면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심지어 음성지원도 되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원래 사람이 그런 것인가, 그 위치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일개 직원의 눈으로 볼 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어쨌든 솔직한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에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위로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힘든 경험은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만, 이왕 블랙 컴퍼니의 경험은 지나간 시간이니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인생에는 다음 길이 주어지니 어떤 선택을 하든 바닥은 친 거라고 생각하고 힘 내라고 하고 싶다. 저자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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