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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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지긋지긋하다. 될 듯 될 듯 안 되는 것도, 그래서 끝을 알 수 없는 것도 지치게 한다. 나도 그 누구도, 내 마음 대로 안 된다. 이런 나에게 책표지의 두 줄이 눈물을 찔끔 자아내게 한다.

이따금 인생엔 늦게 오는 것들이 있어요.

중요한 건 결국 오기 마련이라는 거죠. 안 그래요? (책표지 中)

최악이라고 보이는 것에 이르렀을 때, 인생은 숨기고 있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조금 멋진 걸!' 한결 힘이 나는 듯도 하다.

장마를 앞두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때에는 너무 어둡지만은 않은, 세상은 살만하다며 마음을 달래주는 소설이 제격이다. 이 책이 휴먼 로맨스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구체적인 책 속 스토리로 빠져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당신은 뉴욕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 중 하나인 웨스트빌리지로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5번가 12번지로 들어가 디팍과 함께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굉장한 빌딩의 놀라운 주민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그들 모두는 숨겨진 이야기와 비밀들, 희망을 갖고 있는데 그중 가낭 놀라운 사람은 클로이입니다. 클로이는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데, 산지는 머지않아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녀 또한 그를 변화시킵니다.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 속으로 당신도 푹 빠져보시길.

_마르크 레비

마르크 레비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다. 출간 전에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판권을 사들였고,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떤 화제의 데뷔작이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다. 이후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눈앞에 이미지가 생생한 소설', '영혼을 울리는 로맨스의 연금술사' 등의 평을 받으며 출간하는 작품마다 매년 프랑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아, 시작은 참혹하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참혹한 폭탄 테러, 결승선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를 잃은 클로이의 일기로 시작되는 것이다. 급작스런 사고에 혼란스러운,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분위기에 덜컥 겁이나서 클로이의 이야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그러한 시작은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져 시선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이다.




 

로맨틱 코미디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다. 5번가 12번지로 들어가라. 모든 층이 재미있을 것이다.

_르 파리지앵

표지를 보며 도시남녀의 로맨스를 예상했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5번가 12번지에는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어쩌면 그런 설정 자체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풍성하게 들려줄 배경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속마음을 만나게 된다. 특히 클로이의 속마음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본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쿵~하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제각각 다양하게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무슨 큰일이 일어나면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결코 똑같지 않은 삶을 각자 살다가 맞이하는 죽음도 각자 다 다른 것인데, 사고 전과 사고 후. 사고 후를 생각하면서 나는 줄리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자책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 내 머리에 '14시 50분'의 냄새가 배어 있는 모양이다. 내게 일어난 일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 시계가 멈춘 14시 50분 ……. 그 순간을 '14시 50분'이라고 명명했다. (74~75쪽)

기억을 떠올려보니 마르크 레비의 전작 『피에스 프롬 파리』를 읽었을 당시에는 술술 읽히고 편안한 소설이었는데, 이번에는 인종차별, 편견, 다름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풀어내어 한층 다채롭게 담아냈다. 단맛 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맛을 작품 속에 잘 녹여서 스며들게 한 소설이다. 풍성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에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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