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최태정 지음 / 경향BP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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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좀더 느긋해도 되는데, 한 템포 쉬어가도 될 텐데……. 정말 정신없이 바쁠 때에도, 어느 정도 느슨해질 때에도 나에게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여유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사는 동안 서서히 줄어들기를' 바라고 바란다. 책 표지에 있는 글들을 보며 내 마음도 그러함을 느낀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생각이 많으리라 생각되어 이 책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번쯤은 느낄 삶에 대한 권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오는 회의감, 내가 힘들고 지치면 같이 오는 우울감, 그때 잘 챙겨주지 못하고 보내준 사람, 어느 샌가 잊고 사는 것들,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내 마음을 나도 알 수 없는 날들,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지는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들이 작은 쉼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4~5쪽, 프롤로그 中)


 

 


 

이 책의 저자는 최태정.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삶은 지속되고 일상은 반복된다', 2부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3부 '세상은 넓은 숲, 나는 외로운 나무', 4부 '혼자 살아도 혼자는 아니야'로 나뉜다. 잘하고 있고 잘될 거라는 말, 시간을 맞춰간다는 것,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지나친 자책은 독이 된다. 사람이 하늘도 보고 살아야지, 쓴맛이 단맛으로 느껴지던 날, 너는 별로여도 나는 좋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좋아하는 것과 정반대로,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제대로 숨을 쉰다는 것,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점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일부러 걷고 싶은 날, 계절의 뒷배를 타는 사람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나, 꽃도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 우울할 땐 청소를 해요, 가끔 그럴 때가 있어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고 느껴지는 문장이 보인다. 그 앞에서 멈춰서서 생각에 잠긴다. 하긴 세상살이는 누구에게나 고된 법이다.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늘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그냥 조금 솔직하고 민낯 그대로의 나를 만나도 된다. 애써 포장하지 말고 말이다. 사실 그러기에는 나중에 후회되기도 하고, 차라리 책을 보며 혼자 생각에 잠기는 편이 낫긴 하다. 그럴 때에 이 책이 '맞아' 소리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영화 <엑시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요즘 유행이야? 밑도 끝도 없이 잘될 거라고 하는 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언젠가부터 SNS상에는 잘하고 있고, 잘될 거라고 하는 글귀들이 일종의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다. 그때마다 '아니, 사람들이 정말 저런 뻔한 말에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 무렵 나는 전례 없던 침체기를 겪고 있었는데도 그런 말들이 힘이 된다거나 와닿지 않아서였다. 그때는 나조차도 내가 낯설 만큼 삶의 전반에 걸쳐 권태가 왔고 일상도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정작 힘들 때면 누구에게든 힘든 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15쪽)

이 책을 읽다보면 남의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얘기인가 생각되는 부분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어느 순간 글에서 발견했을 때, 글을 통한 공감의 시간을 갖는다.

삶에 지쳐 미각을 잃었나, 도통 사는 맛을 느끼지 못한다. 매일이 똑같아 감각을 잃었나, 당최 재밌거나 즐겁지 않다. 뒤죽박죽 엉망으로 뒤섞인 것 같다. 해도 안 한 것 같고 하지 않아도 한 것 같다. 일상에서 쓴맛이 나니 달달함은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억척같이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65쪽)




아무리 바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아도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모습이 아무렴 어떠냐고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거 있을까. 아무리 안 좋고 안 풀려도 머리 위 높은 하늘도 보고 저 멀리 탁 트인 바다도 보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62쪽)

사람이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다. 또한 항상 부정적일 수도 없다. 그냥 그때그때 꾸미지 않는 솔직한 말도 필요하다. 힘든 데 행복하다고 강조하거나 힘이 하나도 안 나는데 힘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말도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적절하게 내 마음을 짚어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특히 17쪽에 나오는 저자의 친구가 한 말에 나도 동의한다. 나도 저자에게 그 친구처럼 '안어울리는 말 하지 말고, 듣기 좋은 말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하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슥 넘기다가 공감하는 문장 앞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드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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