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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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보다보면 '일단 써라'는 조언이 많다. 어쨌든 예전에는 일단 써보자고 썼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단 써놓은 것들을 놔두었다가 나중에 읽어보았더니, 내가 보아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 거나 써서는 글이 되지 않는다. 노하우를 찾고 찾아야 한다. 누군가 말하는 밤톨같은 조언이라도 그 안에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석 같은 법칙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지금껏 주기적으로 글쓰기 관련 서적을 읽어왔지만, 비슷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 『이야기의 탄생』 에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뇌과학'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길이 있겠다 싶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는 이야기 창작 이론가들이 서사에 관해 설명하는 몇 가지 개념이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우리의 뇌와 마음에 관해 연구한 내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뇌과학 기반의 글쓰기에 대해 연구해왔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야기의 탄생』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윌 스토. 기자이자 소설가이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저널리즘과 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분석한 강의로 명성을 얻으며 세계 각지의 스토리텔링 워크숍에 초빙되기도 했다.

이 책은 다양한 글쓰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글쓰기 강좌를 토대로 집필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 저서 『이단자들』 (Picador,2013)과 『셀피selfie』(Picador,2017), 그리고 에세이집 『타인들 Others』(Unbound, 2019)에 실린 에세이 한 편의 자료를 새로 쓰는 형식으로 엮었습니다. (314쪽, 일러두기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만들어진 세계', 2장 '결함 있는 자아', 3장 '극적 질문', 4장 '플롯과 결말'로 나뉜다.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통제력을 추구하는 뇌와 변화의 순간, 호기심이라는 수수께끼 상자, 세계 모형을 만드는 뇌, 판타지 SF소설에서 세계 만들기, 마음 이론의 실수가 극을 만드는 방법, 긴장감을 조성하는 특징과 세부 정보,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설정,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인물에 관한 것이다, 원하는 것과 진짜 필요한 것,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의 힘, 변화를 끌어내는 공감의 순간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뇌과학을 접목시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읽기 전부터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읽다보니 알겠다. 특히 소설을 쓴다면 이 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겠구나. 아니, 누구든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이 책은 당연히 읽어보아야겠구나, 생각했다. 책 속에서 '스토리텔링 뇌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애초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178쪽)'와 같은 글을 읽다보면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과 뇌과학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이다. 사실 주기적으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이론을 다지려고 노력해왔지만 약간 식상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뇌의 어느 한 부위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기능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뇌의 거의 모든 영역에는 나름의 특수한 기능이 있지만 실제로 뇌 활동은 과학자들이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분산되어 있다. 그럼에도 뇌에서 비교적 최근에 진화한 신피질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금처럼 이야기꾼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신피질은 셔츠 칼라 두께만큼 얇고 길이가 거의 1미터쯤 되는 막으로, 이마 안쪽에 한 겹으로 접혀 있다. 신피질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사회적 세계를 끊임없이 기록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우리가 사람들의 몸짓과 얼굴 표정을 해석하도록 도움으로써 우리의 마음 이론을 지원해준다. (75쪽)





"인간은 매력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혀 어느새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함께 광분하기도 하며 혹독한 전쟁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야기의 탄생』은 그 이유를 최신 뇌과학으로 절묘하게 설명한다. '우리 뇌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고 말이다. 이야기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모든 이들이 늘 곁에 두고 참고해야 할 유익한 지침서다. 독자들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안나 카레니나』에서부터 <스타워즈>, <브레이킹 배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스스로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_정재승, 뇌과학자, 『열두 발자국』 『과학콘서트』 저자


이야기 창작자들의 고뇌가 얼마나 클지, 내가 짐작하는 것 이상일 거라고만 어렴풋이 생각해왔다. 이들에게 분명 이 책이 돌파구처럼 다가올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풍부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아!' 하며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껏 글쓰기나 스토리텔링 따로, 뇌과학 따로, 그렇게 따로따로만 접했는데, 이 책을 통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니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야기의 과학과 인간 본성을 조명하는 스토리텔링의 놀라운 세계'에 초대받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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