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서가명강 10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 중 제10권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이다. 서가명강이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말하는데,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크로스 사이언스》,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등이 지속적으로 출간되면서 어언 10권째 출간되었다. 법의학, 수학, 철학, 서어서문학, 물리천문학부 교수 등 서울대 교수들이 강의하듯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어려울 것만 같은 분야가 한껏 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번에는 헌법이다.

사실 '헌법'이라고 하니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서가명강 시리즈는 낯선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니 믿고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를 읽으며, 헌법이라는 그 생소함을 넘어서서 새로 알아가고 자극을 받는 시간을 보낸다.

서가명강: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를 엄선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과 삶에 품격을 더하는 지식을 제공한다. 기초 학문부터 전공을 넘나드는 융합 콘텐츠, 트렌드를 접목한 실용 지식까지 차원이 다른 명품 강의를 도서, 강연, 팟캐스트로 만날 수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이효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14년간 검사로 활동했으며, 헌법 및 통일법 관련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헌법으로 국가의 미래상을 그리는 법학자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헌법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고민하고 느낀 것을 정리해 요약한 것이다. 특히,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책으로 정리한 『통일법의 이해』와 『평화와 법』을 참고로 했다. 여기에는 검사로 근무하면서 몸으로 공부한 것이 녹아 있고, 대한민국 헌법과 현실에서 드러난 졸렌Sollen과 자인Sein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가 가미되어 있다. (15쪽_들어가는 글 中)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 국민주권', 2부 '법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 법치국가', 3부 '우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따른다 - 자유민주주의', 4부 '대한민국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 - 평화와 통일'로 나뉜다. 좋은 헌법을 가져야 하는 이유, 건국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대한민국 최고권력은 국민이다, 보호와 통제라는 양날의 검, 법치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신뢰할 수 있는 법의 조건,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헌법적 장치, 선을 구하기보다 악을 제거하라, 헌법의 궁극적 가치는 '평화'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통일국가의 기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세계를 보는 시선, '자인'과 '졸렌'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된다. 법의 세계에서도 존재와 당위를 매개로 한 해석의 관점이 중요한데, 자인은 존재를 뜻하고 졸렌은 당위를 뜻한다고 한다. 법률가들은 사건을 마주할 때 습관적으로 세계를 이원적으로 분석하는데, 사실판단의 문제와 가치판단의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법은 자인과 졸렌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 차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았다는 사실판단은 자인이고,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가치판단은 졸렌이다. 이 두 가지가 어긋날 때 법이 개입해 빌린 돈을 갚도록 강제함으로써 자인과 졸렌을 일치시킨다. 마찬가지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자인이고, 살인을 금지하는 것은 졸렌이다. 법은 살인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자인과 졸렌을 일치시킨다. 이때 자인과 졸렌을 일치시키는 방식은 자인에 졸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졸렌에 자인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쪽)

헌법에 대해 잘 몰랐던 나에게 소재 자체도 그렇고 당연히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헌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짚어주려는 흔적을 곳곳에서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씩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마 교양특강, 혹은 헌법특강이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펼치면, 헌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듣고 지적호기심을 채우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서가명강 시리즈는 모르는 분야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