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황의건 지음 / 예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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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은 《장녀》이다. 여기에서 '장'은 된장, 고추장, 간장 할 때 그 '장'인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제목과 표지 색깔에서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우왕좌왕하는 독자를 휙 끌고 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냥 소설 속 이야기의 흐름에 끌려갈 준비가 되면 바로 읽기 시작하면 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황의건. 소설가이자 드라마 작가다. 대한민국 남성복 패션 칼럼니스트 1호로서, 현재 다수 일간지에 패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첫 소설이다. (책날개 발췌)

쿵, 소설의 시작은 강렬했다. 옥떨메, 엄마는 별명이 말의 씨가 돼, 집의 옥상에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났다고 고백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옛날에 그런 별명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생각해보니 느낌이 싸하다. 그 별명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 말이 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장녀(長女)인 '사샘', 엄마와 많이 닮았는데 행여나 엄마의 인생까지도 닮을까봐 두렵다고 한다. '사메주'라는 자신의 이름에 트라우마가 있었던 엄마는 세 자매 이름을 '샘'이, '강'이, '솔'이라 지어주었는데, 이들 셋은 생물학적 아빠가 각기 다르며,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엄마는 이들 세 자매에게 엄마의 성씨를 물려주었다고 한다.

장을 담갔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며

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61쪽)

장을 담글 줄 모른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사샘이 장을 담그고 관리하는 장면이 영화 속 장면처럼 펼쳐져서 좋았다. 장을 발효시킬 때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며 사랑과도 연관지어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수년 전, 우연히 취미 삼아 요리를 하게 되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장을 담그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간장에 대한 모티브로 '사랑을 믿지 못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속에 효모처럼 내려와 앉았다. 맏딸 '장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중의적인 표현으로 '장녀(醬女)'로 표기하게 되었다. (146쪽, 작가의 말 中)

소설가의 시선은 일반인과 다르다고는 알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소설의 소재를 건져낼 때면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특히 이 표현이 마음에 남는다.

평범한 소금물이 메주를 만나면 일상을 초월하는 간장이라는 액체로 발효해 간다는 사실이 새삼 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147쪽)

기적이 별 거인가. 이런 것이 기적이지.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 일단 소설 속 소재가 내 눈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뒷부분에 보면 책날개에 소설 음악을 QR코드로 담아놓았다. 이 소설을 읽을 때 음악과 함께 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설을 다 읽고 알게 되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표지의 책날개에 있었다면 시도해보았을 텐데, 스포일러의 우려에 뒷부분은 나중에 보는 독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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