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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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첫째로는 생각보다 두툼한 외관에서였고, 둘째로는 제목을 보고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화를 담은 과학서적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리고 '실화를 담은 과학서적'이라는 점을 알고 보니 더욱 매력을 느껴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어쩌면 약간 두껍기도 하고 '공룡'이라는 소재도 의문스러워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의 기로에 선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데에는 책날개에 있는 '이 책에 대하여'의 글이 80% 이상의 효능을 발휘하였기에 살짝 옮겨 놓고 싶었다.

 

2012년, 뉴욕 시의 경매장에 진귀한 품목 하나가 등장했다.

"NO.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지금까지 지구에 생존했던 가장 유명한 동물 티라노사우루스렉스의 사촌뻘 되는,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몽골에서 최초로 발굴된 이 공룡화석은 높이 2.4미터, 길이 7.3미터에 이르렀으며, 당시 진행된 경매에서의 최종 낙찰가는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시민이자 전직 수영선수였던 38세 남자가 바로 이 뼈를 경매에 내놓은 주인공이었다. 바닷가 근처에서 상어의 이빨을 찾으며 10대 시절을 보내는 등 화석에 남다른 집착을 보였던 이 남자는 어른이 되어 화석을 사냥해서 복원 작업을 거쳐 판매까지 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의 사업은 자연사박물관에서부터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은 열렬한 개인 스집가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여 나날이 번창해갔다.

그러던 중 남자는 인생에서 최악의 시련에 부딪치게 된다. 이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의 화석이 경매에 나온 순간 한 고생물학자가 이 공룡의 출토 지역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몽골의 고비사막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이 공룡화석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몽골과 미국의 국제분쟁으로까지 치닫게 되는데…. (책날개 中)

여기까지 읽고 보면 화석 하나에 걸쳐있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또한 그냥 '화석' 하나만 생각했었다면, 이 책을 통해 경매, 공룡화석의 소유권, 국제분쟁 등 많은 것이 연결되는 복합적인 세계를 인식한다. 대략 이 책 『공룡 사냥꾼』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시작하면 오히려 호기심이 배가될 것이다.

이 작품은 실화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전혀 바꾸지 않았고, 새롭게 끼워 넣은 정보도 없습니다. 내 탐사 보도는 2009년에 시작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책의 형태가 되어 나오기까지 심도 있는 연구는 2012년에서 2018년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8쪽)

 
 

이 책의 저자는 페이지 윌리엄스. 미시시피주 출생으로 《뉴요커》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는 '최상급 티라노사우르스화석',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상어 이빨', '빙하기의 왕, 가르시아', '화석, 깊은 시간의 기록', '공룡화석, 돈이 되다', '투손,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돌이 거래되는 곳', '현실주의자 또는 모험가', '첫 번째 몽골화석을 들여오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공룡 쟁탈전'이, 2부에는 '전사와 탐험가', '불타는 절벽에서', '공룡 거래를 권하는 사회', '고비로 가자!', '바위 위에 새겨진 삶, 메리 애닝', '마지막 공룡', '몽골, 열강들의 각축장', '공룡 재판이 시작되다'가, 3부에는 '무덤 도굴자, 탐욕스러운 악당, 과학의 파괴자', '판결이 나다', '타르보사우루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에릭 프로코피의 선물', '출발, 공룡 버스!'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2013년 1월 《뉴요커》에 기고했던 글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라고 언급한다. 자연의 역사를 누가 소유해야 하는지 이미 상당 기간 분쟁이 있었던 것을 지금에야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특히 프롤로그의 시작은 이렇게 된다.

2009년 여름, 나는 공룡을 훔친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성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터무니없어 보였다.

'어떻게 공룡을 훔친다는 거지? 대체 누가 그런 걸 원하는 거야?' (12쪽)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나또한 의문을 가지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공룡 사냥꾼』은 티바타르를 둘러싼 희대의 스캔들을 파헤친 책이다. 고생물학에 피해를 주면서도 엄청난 기여를 하는 화석 사냥꾼들의 긴박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것처럼 넋 놓고 실화를 좇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저미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룡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_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책을 읽을 때 평소 관심 있는 소재에 관한 책을 집어들어서 기대 이상의 느낌을 받는 책이 있으면 그야말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읽으며 책을 통해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앞서 말한 것 이상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나는 평소 공룡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평소에 공룡에 대해 별 다른 관심이 없었던 독자까지 끌어들여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있는 책이다.

'열정, 과학, 정치, 음모 그리고 당연히 공룡까지, 모든 것을 갖춘 이야기!'라는 퓰리처상 수상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추천사에 격하게 공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난 공룡 별로 관심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라하더라도 어느 순간 집중해서 읽다가 '어, 내가 이만큼이나 집중해서 읽었다니 이 책 의외로 재미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의외로 몰입하게 되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어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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