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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데에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띠지의 한마디를 보며 이상하게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겼다. 왜,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거지? 호기심은 독자를 바로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안그래도 요즘, 우리의 일상에는 택배 배송이 흔한 일이어서 택배로 물건을 받는 일이 일상이 되어있는데,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생각에 이 소설『침입자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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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팽팽한 긴장감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의 새로운 세계 (책 뒷표지 中)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나의 일이고, 습기 한 점 없이 건조한 바람이 나의 시간이며, 끝없이 펼쳐진 모래가 나의 하루다. (11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이 무언가 겉멋이 느껴지는 독백을 날리며, 특이한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어쨌든 주인공은 떠나왔고 그의 일상은 사막이라는 것이다. 삼 년 조금 넘게 그렇게 살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구질구질하다며 자꾸 숨기려는 그의 이야기에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 계속 읽어나간다. 결국 그는 택배 일을 시작하고 행운동을 담당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금껏 택배를 받으면 내게 배송 온 물건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 책을 보니 택배배송하시는 분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살짝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그 호기심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상상력을 펼치는 데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한다. 독자에게도 인식의 폭을 넓히도록 일상적인 듯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전해준다. 행운동에서 택배 작업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이 소설을 읽어나간다.
이 일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유일한 매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쓸데없는 인간들과 엮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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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간략한 묘사, 위트 있고 짧은 대사, 빠른 전개'를 지향한다고 언급한다. 그렇다는 설명을 보고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었고, 직접 읽어보니 이 소설의 느낌은 그의 지향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어나가게 되며 기어이 끝을 보게 된다. 거추장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듯, 어쩌면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 그렇게 이 소설을 읽었다.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읽어나갔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느낌에 자연스럽게 읽어나갔다. 평범을 가장했을지도 모를 택배기사를 떠올리며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보았다. 그가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몰입해서 읽게 되는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이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