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 - 오늘도 내 기분 망쳐놓은
잼 지음, 부윤아 옮김, 나코시 야스후미 감수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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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며 픽 웃는다.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내 기분은 완전히 망쳐놓았으면서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신나게 파르페나 먹고 있을 눈치 없는 고양이. 어쩌겠는가. 내 마음을 바꿔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세상 일 그렇게 심각하게 곱씹으며 상처를 파고들 필요는 없겠다 싶다. 속시원한 사이다발언을 보며 마음껏 웃어보고 싶어서 이 책『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잼 JAM.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일상에서 겪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그린 만화 '파르페 고양이 시리즈'가 트위터에서 50만 리트윗을 넘으며 화제가 되었다. 감수는 나코시 야스후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전문 분야는 청소년 정신의학과 심리요법이다. (책날개 발췌)

저는 고민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괴로운 고민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심리학이나 철학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좀처럼 후련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사람과 문제가 생겨 고민할 때였습니다. 그때 제 친구가 꺼낸 말이 "아마도 그 녀석 지금쯤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였습니다.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을 따왔죠. 나도 모르게 "파르페라고!" 한마디 쏘아붙이곤 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여러 생각이 맴돌더니 머릿속에 한줄기 빛이 비추더군요. '그 인간은 파르페나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을걸. 날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라.' '나만 고민하다니 바보 같군.' '내가 고민한 만큼 상대방도 신경 쓰는 건 아니구나!' 그러자 무언가 마음속에서 쑥 빠져나가더니 모든 게 이해되었습니다. 고민도 그만뒀습니다. 가까운 동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4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SNS 때문에 걱정이야', 2장 '인간관계가 힘들어', 3장 '회사가 문제야', 4장 '나만 잘하면 되는 걸까'로 나뉜다. SNS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어, 메시지를 읽고도 답이 없어서 우울해, 싫어하는 사람이 친구 신청을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공격당했다, 어떤 말을 해도 트집 잡는 사람이 있지, 부정적인 말만 눈에 들어오네, 뒤처지고 싶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거나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이 뱉은 불쾌한 말에 상처받았어, 어이없게 당한 일을 잊을 수 없어, 싫어하는 사람을 향한 화가 가라앉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제멋대로 구는 사람에게 잘 휘둘려,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 괴롭고 불행한 이야기를 자꾸 들어달라고 할 때,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워,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 기분이 쉽게 가라앉을 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4컷 만화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짤막한 에세이로 생각을 이어간다. 아마 저자는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또한 그것을 극복해낸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과 그림이 더 와닿는 느낌이다. 이 책의 끝에 해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코시 야스후미의 말을 보니,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랫동안 SNS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고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끄집어낸 이른바 '숨은 기술'이 가득합니다. (172쪽)라고 쓰여있다. 역시나 그 생각이 맞았다.


이 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가게 된다. 나도 진작에 이런 마음이었으면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힘든 순간에는 내가 그런 상황을 더 힘겹게 받아들여서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을 읽으며 '맞아, 내 생각도 그래'라고 읊조리게 된다.

똑같은 말을 들어도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고, 욱하고 화가 치밀 때도 있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나는 너무 싫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일 수도 있고요.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단순히 내 상황에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죠.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된다고 느껴질 때는 잠시 멈춰 '지금 나는 어떤 상태지?'라고 생각해봅시다. 갑자기 환경이 변했거나, 마음이 지치진 않았나요. (63쪽)



어쩌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 책 속 고양이처럼 고민을 한가득 안고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지 덜어낼지는 본인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 문제의 열쇠처럼 다가오는 글이 있을 것이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도 들고, 나도 그런 경우에 이렇게 대답하면 되겠구나, 지혜를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특히 파르페 이야기는 나에게도 앞으로 상처받을 일의 절반 이상은 걸러줄 것 같다. 얇은 책이어서 금세 읽고, 고양이의 속시원한 사이다발언에 마음이 후련해지며, 속끓이고 있는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시선을 가질 수 있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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