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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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을 처음 알게 된 때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 무렵에 처음 나온 캐릭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지만, 사실 무민은 훨씬 어르신이다. 바로 2020년이 무민 75주년이라고 하니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하얗고 하마처럼 생긴 무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만 알았고 동화로 접했던 듯한 희미한 기억도 있지만, 무민 연작소설은 어른이 되어서야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정신의 무민 연작소설 시리즈를 통해서 말이다. 이번에 읽은 이 책『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바로 무민 연작소설 시리즈의 프롤로그격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소설 속 이야기로 들어가본다.


 


 


이 책의 저자는 토베 얀손. 1914년 생이며 2001년 6월 27일 고향 헬싱키에서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림책과 동화, 코믹 스트립 등 무민 시리즈뿐만 아니라 소설과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무민 시리즈는 텔레비전 만화영화 및 뮤지컬로도 재작되었으며, 동화의 무대인 핀란드 난탈리에는 무민 테마파크가 세워져 해마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을 통해 무민 캐릭터 등장 계기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무민은 뒷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생겼고 흘러가는지 배경지식을 알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아니,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니 더욱 솔깃하게 다가온다.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알고 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동심을 살리는 데에는 '어쨌거나 저는 이 책에 처음으로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썼답니다!'라는 말도 기분을 띄우는 데 최고였다.


*1945년에 발표한『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작품이다. 해티패티와 훌쩍 떠나 버린 무민파파를 찾는 과정을 그린 무민마마와 무민의 원정 이야기로, 궁극적으로는 무민 가족이 무민 골짜기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무민과 무민의 엄마가 숲 속을 걸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미 땅거미가 진 듯이 어두침침한 곳에서 초록빛이 가물거리며 움직인다. "반딧불이구나." 분명 흑백으로 삽화가 있지만, 글을 읽으며 이상하게도 컬러풀한 장면이 떠오른다. 기분 좋아지는 동화 속 장면이다. 물론 그림 속 장면과 실제 상황은 다르다. 사실 무민들은 추위를 견뎌 내지 못하기 때문에 늦어도 10월에는 집을 완성해야만 했고, 어둑어둑한 날씨까지 더해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무민 엄마와 어린 아들이 펼치는 모험이라는 스토리 자체도 모험심을 불러 일으키고 다음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우리의 삶도 약간의 역경을 헤쳐나갈 때 더욱 빛나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나간다. 거기에 더해 중간중간 삽화가 상상력을 더해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누린다. 머릿속에서는 흑백 삽화의 색을 칠하며 보다 풍성한 그림이 그려지니 무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각이다.


역자 후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언뜻 평온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무민의 세계는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 대전에 휘말린 1940년대 핀란드의 위기 상황에서 싹텄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토베 얀손이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은 재난의 공포와 위기로 가득한 이 작품의 배경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서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하는 역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재난과도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무민 이야기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민 75주년에 맞게 소장하고 싶은 양장본으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이 반갑다. 특히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첫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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