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학 -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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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제목에 들어가는 '도덕'이라는 단어와 '경제학'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상충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부제를 보면 의문을 자아낸다.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라니, 먼저 이 말이 사실일까 의문이 생겼고, 거기에 관해 속시끄럽게 머릿속에서 충돌되는 개념들이 떠다녔다. 사실 요즘 상황을 보면서 '좀더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면 사람들이 통제가 될텐데…….'라고 생각했지만, 띠지에 보면 이런 말도 있다. '보상, 처벌, 규칙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 행동의 비밀을 파헤치다'라고 말이다. 지금껏 나의 생각을 죄다 뒤흔들어놓을 책이라는 생각에 표지부터 거대한 바람이 부는 듯 했다. 특히 세계적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의 30년 연구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아내어 더욱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도덕경제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새뮤얼 보울스. 작업현장에서의 민주적 통제의 문제, 미국 자본주의의 축적 체제 등 좌파적 주제를 경제학 이론을 통해 분석해낸 선구적인 학자이다. 경제학에서 출발하여 진화, 제도 그리고 불평등을 주제로 학제를 넘나드는 왕성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안적 경제학 교육 프로그램 CORE 프로젝트의 책임자 중 한명이며 2006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정치적 자유주의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합니다.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라는 이 책의 부제가 가리키는 것처럼,《도덕경제학》에서 제시된 여러 증거들은 새로운 경제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줄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가치들과 같은 여러 가치들은 단지 '물려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사회적, 경제적 경험을 통해서 재생산됩니다. 경제 모델이 평등한 존엄, 진정한 자유 그리고 관용 등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려면 노동현장에서, 공동체 내에서 그리고 정부의 노력 아래서 이러한 도덕적 원칙들이 배양되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12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호모 이코노미쿠스, 무엇이 문제인가?', 2장 '부정직한 자들을 전제로 한 법질서', 3장 '도덕감정과 물질적 이해관계', 4장 '정보로서의 인센티브', 5장 '자유주의 시민문화', 6장 '입법자의 딜레마', 7장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가 해야 할 일'로 나뉜다. 부정직한 자들을 전제로 한 경제학, 도덕과 물질적 이익 간의 시너지, 인텐시브가 도덕과 거리두기를 부추길 때, 인센티브가 자율성을 침해할 때: 통제 기피, 협조와 처벌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들, 메커니즘 디자인: 가격이 도덕을 대신할 수 있는가?, 뭔가를 얻으려는 동기와 누군가가 되려는 동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요즘의 상황과 대비되어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이 이렇게도 다를까,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정부에서 어느 선까지 강요해야 질서가 유지되며, 사람들은 어느 선까지 타인을 배려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공공정책을 수립할 때 '효과적인 정책에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윤리적이며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 두 가지 모두 필수적이다. (33쪽)'라고 말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개인의 사색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받는다. 다양한 월척이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막막하던 나의 생각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구체적인 예시에서는 이해를 높이고, 의문을 갖던 부분에서는 해답으로 가는 방향을 찾아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 그런 책을 발견하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양한 책을 선택하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인센티브에 대해서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생각했다면, 또한 벌금을 매긴다면 어기는 사람이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확 바꿔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읽는 것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띠지 뒷면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이타적 인간 본성을 무시한 정책과 제도는 실패한다'라는 말이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다르게 다가온다. 비록 학술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지만, 해당분야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도 커다란 부담은 없는 책이다. 특히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정책 입법자들도 이 책으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의 30년 연구가 오롯이 담긴 책으로 깊이가 있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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