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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무래도 '고양이'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힐링이 되는 포근한 존재가 또 있을까. 하지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그냥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간접경험만 하는 중이다. 특히 마음까지 삭막해지는 요즘, 이 책『아무래도, 고양이』를 읽으며 고양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길 위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다.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를 향해 선언한 '영원한 사랑'이 스스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을 확신해서 나온 말인 것처럼
_작사가 김이나, 달봉이와 봉삼이 집사
이 책의 저자는 백수진. 4년 전, 친해지고 싶은 고양이가 생겨 은밀하고 집요하게 다가갔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보호자가 됐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현재 그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그 고양이가 망가뜨린 것들과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 나무는 나무 타는 걸 좋아해서 나무가 된 5년 차 집냥이다. 스트리트 출신으로 한때 일산에서 꽤 유명한 슈퍼스타였다. 노란 치즈 냥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쩌다 집사, 어쩌면 운명'을 시작으로, 1장 '나의 첫 고양이, 나무야 반가워', 2장 '너를 알아가는 시간, 육묘일기', 3장 '행복을 나누어 받는다, 무한묘력', 4장 '너의 기분이 나의 기분이 될 때, 너에게 닿기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로 마무리 된다. 풍문으로 들었소, 길냥이의 하루하루, 캣맘의 세계, 냥줍 결심, 인테리어 파괴자, 새 화장실 증후군, '고양이 확대범'의 고백, 고양이의 품격, 아는 고양이, 동물한테 지나친 감정 이입이라뇨, 고양이에게 배워야하는 것들, 고양이의 시간, 나의 게으름이 너의 평온이라면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나무 타는 고양이 '나무'는 이미 동네의 인기 길냥이로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냥이다. 하지만 특히 추운 날씨는 길냥이 생존에 치명적이라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베테랑 캣맘이 제안했다. "수진 씨가 나무를 데려가 줄 수 없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집사의 삶을 결심하고 나무 보호자가 되었다. 그렇게 초보 집사와 고양이 나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다보니 고양이 집사로서의 삶을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고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는 데에는 커다란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읽으며 그야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런 비밀이 있음에도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다니. 고민고민 끝에 고양이와의 삶을 결정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가 말했다. 이제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은 무의미하게,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나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다. 내가 게을러서 집에 오래 있을수록 나무는 행복해한다. 분리수거할 때 말고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그런 주말이 나무에게는 최고의 주말이다. 내 옆에 누워 고롱거리다가, 어디 갔는지 모르게 숨어 자다가, 다시 어슬렁 걸어 나와서는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빈다. 나무야. 나의 게으름이 너의 위안이고 평온이라면, 나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해볼게! (217~218쪽)
막상 고양이를 키우려고 한다면 어디서 입양을 해야할지 생각할 일이 많겠지만, 길냥이가 따른다거나 지인이 아깽이를 입양보내고 싶어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능성의 한 귀퉁이를 열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진솔하게 펼치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이 책을 읽게 된다. 길고양이 출신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초보집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