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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평점 :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느낌에 가끔 울컥한다. 가끔은 누군가가 위로랍시고 던지는 말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건네는 듯하지만 상처를 후벼파는 고통을 주어서 오히려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했다. 위로가 아니라 견뎌야 할 고통이 되어 더욱 힘든 시간들이 반복되곤 했다. 그래서 위로는 사람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받는 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나를 위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표지의 말을 기억하며 이 책『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쉬하오이. 상담심리 전문가다. 정신분석심리치료, 가족치료를 위한 전문 과정을 이수했으며 대만에서 가족치료 훈련에 장기간 매진해온 여러 전문가 중 하나다. 각종 프로그램 및 유수의 언론 매체에 심리 전문가로 자주 초빙되고 있으며 여러 유력 신문에 칼럼을 쓰고,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서는 관련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자기 통찰부터 타인과의 관계, 기생하는 감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른네 가지 '심리 효과'를 다루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 자신이 오랜 기간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면서 새롭게 이해하게 된 나의 인생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이러한 심리 효과를 다룬 것은 읽는 이가 심리학 이론을 공부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 이러한 심리 기제들이 자신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과 진동을 남기는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24쪽_저자의 글 中)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옭아매는 감정: 나만의 생각으로 바라보다', 2부 '괴롭히는 감정: 내 안에 있는 나를 보다', 3부 '수용하는 감정: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다', 4부 '위로하는 감정: 다시 살아갈 힘을 얻다'로 나뉜다. 요술거울 효과, 자기중심 효과, 얼어붙은 시간 효과, 고슴도치 효과, 석양 효과, 애어른 효과, 역반응 효과, 얼룩 효과, 키워드 효과, 유예 효과 등 다양한 심리 효과를 살펴본다. 각 부의 끝에는 '감정 기생자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7가지', '무심코 내뱉었다가 친밀한 관계를 망치는 말말말', '나이 든 부모를 대할 때 명심해야 할 것 8가지',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정감을 되찾는 비결 8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이 책에 이렇게까지 집중하게 될지 예상치 못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사례들도, 심리 효과도, 모두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각양각색의 방법이 된다. 마음이 요동치며 과거와 현재로 오고간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 곁에서 보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라, 나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때, 책을 파고들며 생생하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시간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 담긴 갖가지 심리 효과를 짚어보며 인간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얼핏 전체적인 구성을 보았을 때, 각각의 심리효과에 대한 글은 그리 길지 않고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읽기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마음 상태가 달라진다. 3D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과거의 온갖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결국에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과거의 상처를 그냥 덮어둘 것이 아니라 이해하며 위로하며 보듬어주며 나 자신에게 다가간다. 또한 저자가 하는 말 자체도 시선을 잡아 끈다. 읽어보면 그 '다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저 이론적인 연구에 의해서만 완성된 책이 아니어서 그런지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다. 특히 요즘처럼 책을 읽으며 내 안으로 파고드는 시간이 더 많아진 때에 이 책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생생한 심리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