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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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이다.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라는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다. 띠지에 있는 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5시처럼,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틋하고 가슴 시린 이야기'라는 설명을 보고서야 이 책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면, 뒷표지의 말이 더욱 확실했다. '막차가 떠난 뒤에야 하루를 시작하는 같은 시간, 같은 곳에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소개를 보고 나서 일단 이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더 이상의 정보는 감동을 반감시킬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가와 다이주. 1954년 일본 도쿄 출생. 1999년「천사의 표류」로 제16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우수작품상을, 2005년『패권의 표적』으로 제2회 다이아몬드 경제소설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총 5화로 구성된다. 1화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2화 '스탠 바이 미', 3화 '초보자 환영, 경력 불문', 4화 '막차의 여왕', 5화 '밤의 가족'으로 나뉜다.


​평소에 다니던 시간이 아닌 때에 밖에 나간 경우, '이 시간에도 다니는 사람이 있네' 라는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사람이 다닐 것 같지 않은 시간에도 누군가 길을 걸어가거나 차 한 대라도 내 앞을 휙 지나가곤 했다. 그럴 때면 그들의 삶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이, 혹은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이 지금의 나와 스쳐지나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첫 소설「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금요일에는 막차로 출근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곤에 지친 얼굴이었지만, 그 물결을 역행하는 두 사람은 활기가 넘쳐났다. 시각은 오전 5시. 밤에 일한 사람에게는 지금부터가 애프터 파이브인 것이다. (55쪽)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책이다. 또한 40만 부가 넘게 판매된『막차의 신』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전작이 막차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막차가 끊긴 후부터 첫차가 움직일 때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양상에 초점을 맞추며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신주쿠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도 덜도 말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일본소설을 읽을 때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어서 생소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아니라 말간 무국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투명하게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기복이 없다. 요란한 감동도 없고, 큰 사건도 없다. 그런데도 읽고 나면 마음이 온화해진다(274쪽)'라고 말한다. 그 표현이 맞아떨어지는 소설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좀더 나중에 해야하는 요즘,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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