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온갖 근심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때로는 책의 주제가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까지 내려 더욱 우중충한 생각으로 한없이 나약해지는 내 마음에 힘을 얹어주고 싶을 때는 나를 위로하는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잡지사 기자, 여성지 자유기고가, 드라마 작가 등의 집필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가 모으고 걸러서 들려주는 명구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엮어낸 책이다. 문득 펼쳐들어 읽어본 한 구절이 내 마음에 파고드는 책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다.


 

 


내 감성을 자극했고, 깨달음의 단초가 되었으며 움직여 행하게 한 동기가 되어준 시, 소설, 수필, 영화 속 한 구절, 동서고금의 지혜가 담긴 명구를 모아보았다. 동시대적 공감이 느껴지거나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살다 간 이들이 전 생애를 걸고 토해낸 삶의 진실이 깃든 언어들도 함께 담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짧은 소회를 곁들였다. 가끔은 심오한 관조로 혹은 가벼운 도회적 감성으로, 또 가끔은 감각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만족감으로, 열린 촉을 지닌, 매 순간 깨어 있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진솔한 시각이 담긴 글을 지향했다. (8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새날의 시작: 방법을 찾거나 만들 것이다', 2부 '꽃의 전언: 지금 이 순간에 영원이 걸려 있다', 3부 '삶의 한가운데: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4부 '들꽃 핀 언덕, 서리 물든 가을 잎: 끝이 있어 더 절박하게 아름답다', 5부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뒤돌아보고 지금을 보고 앞날을 본다'로 나뉜다. 각각의 글은 1월부터 12월까지 읽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글은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문장들 중에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짧은 글귀와 함께 거기에 대한 소회, 그리고 '한줄의 공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슬슬 넘기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한 줄의 공감을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금 내 마음에 훅 들어오는 글은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다. 한때는 간절히 원했고, 그래서 다시 일상을 찾았을 때 그 행복감에 눈물이 날 듯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고, 어쩌면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일상'에 대한 생각이다.

삶에서 어떤 곤경에 처해도, 아무리 벅차고 힘 빠지는 사건이 펼쳐져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마시는 첫 커피 한 잔을 기대하는 한 자신이 늘 이겨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_에이모 토울스, 《예의의 규칙

갑자기 닥친 큰 사건이나 몹쓸 병마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말한다. 소박한 삶의 기쁨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고통과 난관을 이기게 해주는 체감적인 동기가 된다. 산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자잘한 행복임을, 큰일을 겪고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106쪽)

저자의 마음을 움직여준 글귀도 좋고, 저자의 글도 마음에 들어온다. 게다가 공감가는 글을 접했을 때, 나또한 그런 마음이 절실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마음에 담아본다.


길게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꺼내들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서 소장하기에도 좋은 책이고, 글을 많이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책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도 잠깐 꺼내들어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짤막한 한 문장의 글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서 펼쳐들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발견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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