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강렬한 느낌이 전달된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니! 아, 삶이란 그런 것인가. 자조적인 느낌도 나고, 잘해봐야 시체가 된다고 보면 살면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여성 장의사가 저자라는 점에서도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웅다웅 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느니,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죽음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지금껏 접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책『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이틀린 도티.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일하고 있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책과 강연, 유튜브를 통해 죽음에 대한 담론을 친숙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내가 미국의 장의업계에서 일한 첫 6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죽음과 시신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맞지 않는 책을 고른 셈이다. 여기가 바로 문 앞에서 그 안을 들어가기 전에 은유적인 눈가리개를 점검하는 곳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화이며 사람들도 실제 인물들이다. (21쪽)


이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시신을 면도하며, 시체 박스, 쿵 소리, 보이지 않는 죽음, 점화 단추, 핑크 칵테일, 마녀와 아기들, 직접 화장,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스러움, 죽음의 무도, 에로스와 타나토스, 부패, 씻김, 혼자 치른 참관 화장, 길을 잃다, 장의학교, 운구차, 죽음의 기술, 돌아온 탕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와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 시선을 이끈다. 게다가 추천사까지 나의 마음에 와닿는다. '읽어야겠다'를 넘어서서 '읽어야만 하겠다'는 당위성을 느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따.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며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 (21쪽)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는 데에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던 것은 어쩌면 '죽음'에 대한 고정 관념때문이었을 것이다. 살면서 너무 잘 숨겨서 어쩌면 나에게 오지 않을 듯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일단 사는 것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자고 늘 미루어두었던 '죽음'에 대해 이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이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역시나 처음 실린 에피소드부터 강렬하다. '시신을 면도하며'이다. 이런 경험담을 들어본 것이 처음이라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간다. 그런데 너무 적나라해서 어쩔 줄 모르고 읽어나갔다. 공포영화를 볼 때 실눈 뜨고 보던 느낌이랄까. 낯선 충격이지만 놓칠 수 없는 글을 읽어나갔다.

 


나처럼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저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뜬 채 직관한 이 죽음의 기록은 차라리 유쾌하고 신랄한 생존 증명서 같다. 그녀를 따라 화장터를 거닐면 어둑한 먹구름이 걷히고 어느새 선명해진 산책 길이 펼쳐진다. 이 마법처럼 재미난 전언을 나는 오래도록 머리맡에 두고 싶다. 삶과 등을 맞댄 죽음이 있기에, 오늘 내 하루가 더 절실하고 뜻깊다.

_김완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하드웍스 대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보던 나에게, 어쩌면 이분법의 끝판왕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죽음, 시체, 장례'에 대해 이런 느낌의 에세이가 나오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은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 꽤 오래 여운이 남는다. 죽음에 대해 추상적이지 않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무겁지만은 않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인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