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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평점 :
어쩌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 제목이 아니라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스토리였을 것이다. 이들 삼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들이 왜 여행을 떠났고, 어떤 여행을 꾸려나갔는지 궁금해졌다. 지독한 상실감,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때로는 여행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기에 이들의 여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지수. 아이 둘 딸린 보통 남자이자 직장인이다. 갑작스러운 여행 덕분에 갑작스레 여행 작가가 되었지만 대기업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전략을 짜는 일이 더 익숙한 직장인이다.
아직 60대 청춘인 아버지와 이제 막 40대가 된 나, 여섯 살배기 나의 아들은 "남자끼리라면 미국 서부지!"를 외치며 2018년 7월 여행을 떠났다. 수컷 냄새 가득 풍기며 거친 모래 바람 부는 미국 서부 사막으로 말이다. 모든 것이 즐거웠고 많은 것이 어려웠다. 이 책에는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와 현지에서 맞닥뜨린 문제,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남자 셋, 삼대가 여행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1장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2장 '막상 왔지만 조금 어색해', 3장 '아들 손을 잡고 거친 서부로', 4장 '자, 사막 구경 제대로 해보자고', 5장 '아버지와 단둘이 태평양으로', 6장 '아니, 벌써 한국이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여행이 끝나고 책상 앞에 앉다'로 마무리 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같이 여행 가실래요?, 세기의 협상, 남자끼리라면 미국 서부지, 아이랑 미국 여행 갈 때 준비물, 사막이라지만 더워도 너무 덥잖아, 여행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어, 사막에서 커피 한 잔, 엄마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하늘에서 감동이 비처럼 내려, 아름답지 못했던 것에 대한 폭로, 엄마 여행 잘 마쳤어요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작은 강렬했다. 첫 글의 제목은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이다. '30년 동안 우리 가족은 수없이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공유하게 된 추억은 잔인하게도 엄마의 죽음이 되고 말았다. 고통 속에서 보낸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우리 가족의 지난 아름다운 추억들조차 희미해지는 듯했다.(15쪽)'라는 글을 보며 속이 우리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상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 그것은 그 자리에서 버텨내기 버거운 것이다. 어쩌면 여행이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해줄지도…….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라고. 막연히 아버지와 같이 여행을 가볼까 했던 나는 그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버지와 함께라면 조금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회사에서 얻은 안식년 휴가 덕분에 멀리 떠나도 될 기회가 덜컥 생겼다. (18쪽)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울컥한다. 이들이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였다는 것 때문일까.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거나, 병으로 가족을 잃거나,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 사연이 오버랩되면서 마음을 적신다.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져 이들의 여행을 응원하게 되고, 그 이야기를 지켜본다.
또 이렇게 여행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터프했고 멋졌던 남자 셋의 여행. 멋진 여행보다 더 멋졌던 여행 멤버 아버지, 나, 아들. 삼대가 또다시 훌쩍 떠날 기회가 올까. 쉽게 오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가슴 한쪽이 아렸다. 이 글을 쓰며 여행의 기억을 한 땀씩 복원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사진과 글을 보며 여행의 추억을 간신히 붙잡아두었다. (314쪽)
단순히 여행지에서의 감상 정도로만 채워진 여행기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여행 에세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또한 '여행사 없이 여행을 기획할 때', '아이들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즐길거리', '자이언 국립공원에 대하여', 시애틀에 대한 잡다한 정보' 등 여행 팁까지 담겨 있어서 실제 여행을 위한 정보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미국 서부로 떠난 삼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