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죽음 -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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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에서 멀리 있는 듯 하지만 어느 순간 눈 앞에 와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의 갑작스런 투병이나 죽음 앞에서는 울기만 할 뿐 아무런 힘이 없는 존재이면서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뒷전으로 미루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며 웰다잉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본인의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이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주리라 여겼다. 이 책『낯선 죽음』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에 시선을 집중해본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책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유럽 완화 의학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모든 의대생이 교과 과정에서 완화 의학과 임종 동행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된 것도 그의 덕이다. 뮌헨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의학적 임종 동행과 심리사회적 동행, 영적동행을 완화 의학계 안으로 끌어들여 통합하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법' 시행에 누구보다 적극 앞장서면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2장 '임종', 3장 '임종 동행의 구조', 4장 '임종 단계에서는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5장 '명상과 중병', 6장 '굶주림과 목마름?', 7장 '임종 단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들', 8장 '임종 단계를 위한 준비', 9장 '안락사란 무엇인가?', 10장 '완화 의학과 호스피스 케어', 11장 '죽음을 마주하는 삶'으로 나뉜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는 듯한 묵직한 느낌과 더불어 외면하고만 싶은 '죽음'이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씩 구체적으로 죽음에 대해 논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경직된다. 심장 순환 죽음, 폐 죽음, 간 죽음, 신장 죽음, 뇌 죽음 등 죽음의 유형을 짚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모든 죽음 과정이 원칙적으로 생명에 필수적인 기관들 중 하나나 여럿이 손상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임종을 주제로 강연할 때 청중들에게 자신이 가장 소망하는 죽음에 대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1.건강한 상태에서 심근경색처럼 뜻하지 않게 갑자기 죽는 경우

2.암과 같은 중병을 앓으면서도 2,3년 정도 길지 않게 또렷한 의식을 유지하고, 최상의 통증 완화 치료를 받으며 죽어가는 경우

3.치매를 앓으면서 8~10년에 걸쳐 천천히 죽어가는 경우. 물론 이때도 최상의 간호와 완화 치료는 보장된다. (41쪽)

청중의 4분의 3은 대략 첫 번째 경우, 즉 예기치 않은 돌연사를 선택했고, 나머지 4분의 1은 두 번째 경우, 세 번째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첫 번째 경우가 5퍼센트가 되지 않고, 두 번째 경우는 대략 50~60퍼센트, 세 번째는 30~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세 번째 수치는 뚜렷한 증가세까지 보이고 있으니,  

 


이 책은 읽어보아야겠다는 의지와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마음이 요동치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중 많은 사람이 죽음에 직면해서는 놀랄 정도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며, 그 원인을 '두려움'으로 꼽는다.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이 공포를 직면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할 것이다. 여전히 두렵고 낯설지만, 그래서 '낯선 죽음'이라는 제목이 더없이 와닿지만, 그렇게 이 책을 읽어나간다.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어쨌든 이 지상에서는. 그러나 자상한 보살핌을받으며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고 싶은 희망은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 자원봉사자, 다양한 직업군, 가족, 환자 본인까지 말이다. 그리되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탁월하게 표현한 그 목표의 좋은 전제 조건들도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다.

오, 주여, 각자에게 그만의 죽음을 허락하소서.

각자의 사랑과 의미, 고난이 담긴 삶을

마무리하는 열매로서 죽음을 맞게 하소서. (258쪽)


이 책의 저자는 유럽 '완화 의학계 최고의 권위자'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발간 1년도 지나지 않아 10쇄를 찍었다고 한다. '임종'은 더이상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낯선 죽음을 꽤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때로는 너무나 직설적인 현실에 아찔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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