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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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정말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좋다고 해서 추천받고 읽은 책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나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예전에는 정말 감명 깊게 읽었지만 지금은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다. 책은 읽는 시점에 따라서 나를 뒤흔들어놓을 수도 있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무게감으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 내 마음에 들어왔다. 책에 관해서는 그렇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북큐레이터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란. 前 부쿠 서점 점장, 북 큐레이터이다.

이 책은 저의 네 번째 직장이자 직업에 관한 사적인 기록입니다. 소규모 '동네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며 보낸 경험, '서점원 혹은 북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직접 읽고 소개한 책과 문장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과 삶에 대한 태도, 책과 엮여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에 관하여 썼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서점, 그리고 내 방 서재에서 모서리가 접힌 채 잠들어 있던 문장들을 꺼내 모았습니다. (10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떤 하나의 문장이 필요한 순간'을 시작으로, 1장 '서점원 나란의 1년 365일', 2장 '마음에 문장이 필요한 날', 3장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 4장 '어제에서 찾은 오늘'로 이어진다. 부록 '한 주에 한 문장, 문장 큐레이션 52선'으로 마무리 된다. 북 큐레이터의 마음, 거기에 행복이 있냐는 질문에, 작가의 작가가 궁금할 때, 책과 술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일의 가성비, 책으로 슬픔을 희석하는 법, 여행지에서 읽기, 우울함 처방전, 나를 두 번 탈락시킨 사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책과 관련된 일하면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을 보며 생각해본다.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직접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짐작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냥 사적인 기록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그 마음을 짐작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기에 적당한 책이라 여겨진다.


책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는 데에는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다가 연필로 밑줄 그은 것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김 빠진 사이다처럼 책 자체에 대한 호감도 떨어져서 주로 책은 새것을 선호한다. 읽을 때에도 조심하며 모양의 변형을 거부한다. 그런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 책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이다. 밑줄을 긋지 않고, 쉽게 지울 수 있는 연필이라도 끄적이지 않는다. 모서리도 웬만하면 접지 않고 포스트잇을 붙인다. 언제 생각해도 포스트잇은 엄청난 발명품이다. 그런데도 책에 내 생각을 마구 적고 싶은 순간이 있다. (34쪽)

나도 한때는 책에 밑줄도 긋고 내 생각도 적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책을 펼쳐들면 표시해둔 문장이 스포일러가 되어 나를 방해했다.


서점에서 일하면 사람들이 무슨 책을 사는지 제일 궁금하다면서, 서점 계산대 앞에만 서면 손님이 쥐고 있는 책 제목을 얼른 보고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그 상황이 짐작이 가서 웃음이 났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사고 파는 세상이지만, 남이 사는 것이 다 궁금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은 책에 대한 궁금함이 있다. 저 사람은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이 마음에 든다고 할까, 궁금하지만 짐작만 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이라는 공간이라면 어떤 책을 골랐는지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아닌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 주에 한 문장, 문장 큐레이션 52선'이 검정 종이에 은색 글자로 인쇄되었다는 점이다. 눈이 아파서 한꺼번에 읽어나갈 수가 없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잔상까지 남아서 곤욕이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서 다시 페이지를 펼쳐들었다가 조금 읽고 나서는 다시 덮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못하나보다.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부터 책에 대한 별의별 이야기까지, 재잘재잘 들려주는 느낌의 에세이다. 해당 직업을 가진 지인이 없어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게 읽으면서 어떤 책은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찜해둔다. 북 큐레이터와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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