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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여행 사전 -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
임요희 지음 / 파람북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에 대한 여행에세이『버건디 여행 사전』이다. 여행과 버건디, 그렇게 연관지으니 이 책이 풍성하게 다가온다. 여행은 여행 장소의 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행지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더욱 큰 역할을 하곤 한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특별함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저자의 버건디 컬러를 찾는 여행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임요희. 소설가이자 여행기자이다.
여행기자로 일하면서 소위 명소라고 하는 곳만 취대하다 보니 남다름에 목이 말랐다. 남들이 안 가본 곳, 남들이 안 찍은 것을 찍고 싶었다. 그러나 한정된 취재 일정 속에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 화려한 건축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자연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버건디 컬러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여행의 상당 부분은 버건디를 찾는 데 할애됐다. 조선의 궁권을 방문하면 전각이나 누각보다 버건디를 먼저 보는 식이었다. 칙칙한 빨강을 일컫는 버건디는 자주색, 팥죽색이라고도 한다. (6쪽)
이 책에는 온통 '버건디'가 가득하다. 버건디 고무 대야, 버건디 골목, 버건디 기둥, 버건디 기차 여행, 버건디 드레스, 버건디 맥주, 버건디 모래시계, 버건디 상그리아 혹은 뱅쇼, 버건디 성경책, 버건디 소화전, 버건디 언덕, 버건디 우체통, 버건디 자전거, 버건디 카니발, 버건디 코프, 버건디 크리스마스, 버건디 트렁크, 버건디 티타임, 버건디 팥죽, 버건디 하이힐, 버건디 향기, 버건디 홍콩, 버건디 흔적 등의 버건디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버건디'에 관한 기억들을 소환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구든 겪었을 법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여행 중에 스쳐지나갔을 듯한 사소한 것도, 버건디로 재탄생한다. 이 책에서는 버건디에 관한 것이라면 한데 모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버건디로 바라보는 세상, 어쩌면 소소해서 아무 느낌도 없을 듯한 것을 끄집어내주는 특별함이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성의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특별함을 찾아 보면 어떨까." (6쪽)
이 말은 한동안 내 마음에 남을 것이다. 사실 요즘 현실도피식 여행을 종종 꿈꾸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 이 마음으로는 어디에 가든 달라질 것이 없다.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을 바꿔야 모든 것이 특별해보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이 넌지시 지적해주는 느낌이다.
여행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은 기본으로 하면서도 나만의 색깔을 담은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그야말로 욕심이 나는데, 욕심을 다 채울 수 있는 여행은 해내기 버겁다. 행군하듯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나중에는 열심히 다녔지만 힘들었던 기억만 남는 법이다. 이럴 때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여행을 꿈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책은 버건디의 매혹 속으로 떠나는 색다른 여행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여행도 특색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이 책에 미처 담지 못한 버건디를 찾는 것도 좋겠고, 다른 색깔을 찾아 떠나는 것도 신선하겠다. 그 어떤 꿈을 꾸든, 이 책이 여행 감성을 자극하며 여행지에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행에세이여서 색다른 여행에세이를 찾는다면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