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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평점 :
표지에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요즘 가끔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삶이 버겁다고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삶의 무게가 짓밟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지며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이 책『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얀 드로스트는 '알랭 드 보통'에 의해 창립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생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우리들이 무기력해지지 않고 '진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여섯 강으로 구성된다. 1강 '에피쿠로스와 함께 생각하기', 2강 '스토아학파와 함께 생각하기', 3강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생각하기', 4강 '스피노자와 함께 생각하기', 5강 '사르트르와 함께 생각하기', 6강 '푸코와 함께 생각하기'로 나뉜다.
생각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시작됩니다. 당연시되던 것이 멈추는 순간 당연시되던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습관이 우리에게 안심하라고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 특별한 습관이 내는 목소리를 습관이 멈출 때에야 들을 수 있씁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질문이 쏟아져 나옵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지, 내가 무슨 일로 이런 일을 겪는 것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당신은 누구일까, 내가 두렵거나 슬플 때 혹은 내 인생이 철저히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의 운명과 타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자기 의견은 고려되지 않고 저항하지 못하는 공에 불과할까? 이것은 중요한 질문입니다. (6쪽)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역경에 부딪혔을 때 내 안에서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나를 뒤흔들었던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어서 벗어나기만을 원했다. 나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고 그래서 무기력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지금은 살짝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질문들이 불쑥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나약해져서 이런 질문들의 공격을 받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달리 생각해본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뇌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본다.

이 책에는 가장 먼저 에피쿠로스가 나온다. 처음 강의부터 현장에서 강의를 듣 듯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학창시절 '에피쿠로스 = 쾌락주의'라고 무작정 외웠던 그 틀을 깨본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지식을 얻게 되거나, 그 틀을 깨고 넘어서는 느낌이 들 때, 읽은 보람을 느낀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에피쿠로스가 폭식파티를 연다더라, 음식을 더 섭취하기 위해 구토까지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는가 하면 점수표까지 기록한다는 소문 등 사람들이 방탕한 생활에 빠졌을 때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에피쿠로스가 설파한 가르침과 현격하게 모순됩니다. 아직까지도 그 오해가 다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어사전『판 달르』에서 '에피쿠로시즘'을 찾으면 유사어로 '쾌락 추구'가 등장할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에피쿠로스가 하지 않았던 한 가지,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쾌락 추구, 극단적인 욕망의 추구입니다. 정반대의 것을 추구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즐거움을 추구하면 가져와서는 안 될 불안을 분명히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행복한 인생은 자족과 평정심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자족과 평정심은 우리가 폭식하고 폭음하며 혹은 방탕한 성생활을 하지 않도록 이끕니다. (35쪽)
저자는 암스테르담 인생학교에서 강의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도 여섯 강의로 나뉘는데, 강의를 듣는 듯한 심정으로 읽어나간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어서 자칫 두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강의씩 떼어서 읽으면 부담이 줄어든다. 강의 하나씩 듣는 듯 집중해서 읽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철학적 사색을 하고 싶은 때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고 싶을 때, 이 책을 틈틈이 꺼내 읽을 것이다. 소장하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