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
김나래 지음 / 부크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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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을 보면 살짝 열린 문이 있다.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속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삶의 어느 순간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 순간에 걸맞는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 그 문을 열어보면 행복, 기쁨, 슬픔, 괴로움, 아픔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수두룩 쏟아져나올 것이다. 이 책『그동안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를 읽으며, 일상으로부터의 잔잔한 다짐과 약속들을 엿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김나래. 모델,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라는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로서의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자아의 탄생,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날 울게 만든다, 당신이 나의 위로이기를 바란다, 내가 아니라도,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나가기, 터닝 포인트, 모두가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 강박증과 정신적 문제, 종교 있으세요?, 꿈은 현실이 된다, 위선자, 유서, 사랑을 하기 어려운 이유, 멋있는 어른,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의 이중성에 대한 메모, 직업의 시작, 예술가로 산다는 것, 너를 보고 있자면 나는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있겠다, 먼저 사과하는 사람, 착한 딸로 살기 싫다, 존재의 쓸모,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글 쓰는 사람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글의 소제목에는 열쇠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각각의 문을 열고 글을 맞이해본다.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갖가지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제각각 문을 열고 다양한 이야기를 맛보아야 한다. 때로는 그 이야기가 과거의 나와 연결되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이야기는 현재의 나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누군가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며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건네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나가기>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난 요즘에 나를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화장도 꼼꼼히 하고 옷도 잘 갖춰 입고 나가려고."

얼마 전 애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그는 내 말에 크게 공감했고 우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신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일은 보기에도 좋겠지만 실은 자신의 그런 태도가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화려한 것들로 치장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예쁘고 좋은 것들을 입혀주라는 뜻이었다. 그 안에는 단지 차림새뿐만 아니라 좋은 음식(건강한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대화를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37쪽)

저자는 이런 생각을 처음 가졌던 건 빅터 플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난 후였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기록을 담은 책인데 그 책을 읽으며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를 배운 것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삶의 동력이 아닐까?'(39쪽)라는 질문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동안 너무 나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괜히 울컥한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문득 나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나가기로 한다.



 

에세이라는 것은 자신을 글 속에서 모두 내비쳐야 한다. 때로는 그 수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곤란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고 싶어할까 고민이 될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득 나는 이 사람을 모르는데 내가 왜 이런 이야기까지 읽고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싶게 만든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성격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일화를 보며 어떤 모습의 어린이였는지 짐작해본다. 누군가를 새로이 알아가는 느낌으로 글 속의 모습을 파악해본다. 그 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건져낼 때,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열쇠 하나씩 아껴가며 읽게 되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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