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혜의 말
재연 옮김 / 꼼지락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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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해서 시선이 갔다. 무슨 말일까, 말리꽃은 무엇일까… 제목에 대해 생각하며 표지를 읽어보니,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혜의 말'이라는 글이 들어온다. 지금처럼 마구 흔들리는 날에 읽어보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인도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고전 시가를 번역한 이 시집을 통해서도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의 아릿한 무늬를 읽어낼 수가 있다. 단 몇 줄의 언어 조합만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은 놀랍기만 하다.

_안도현 (시인)


 

 


이 책의 작가는 재연 스님. 195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선운사로 출가했다. 원광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태국 왓 벤짜마보핏 사원에서 초기불교 경전을 공부했으며 인도 푸나대학교 산스크리트 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지리산 실상사 주지, 선운사 초기불교 승가대학원 원장 등을 역입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수바시따를 한데 모아 엮었다. 수바시따 가운데는 격언이나 교훈적인 잠언시뿐만 아니라 더러는 고전문학 작품에 나오는 시와, 그것 자체로서 훌륭한 시로 평가되는 저자 불명의 걸작도 들어 있다. (8~9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베푸는 삶은 갸륵하다', 2장 '세상 역경에도 함께할 사람 한 명만 있다면', 3장 '산다는 건 끝없이 걸어가는 것', 4장 '낮은 것들에 마음이 갈 때'로 나뉜다. 전단향 나무처럼, 불모지에 씨 뿌리지 말 것, 수레바퀴처럼, 거지의 노래, 신중한 처신, 언행일치, 베푸는 이의 손이 늘 젖어 있는 까닭은, 마술 등잔불 같은 아들, 제대로 된 시, 보석 더미에 앉은 바보, 물방울과 동그라미,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 돈이 없으면 생기는 일, 자기 운명의 주인, 세상을 보는 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불가능한 일, 도둑과 시인의 공통점 만세, 기대를 버리고 나면, 고통의 씨앗 등의 시편이 담겨 있다. 


재연 스님이 여기 소개하는 수바시따 선집은 푸나대학교 산스크리트과의 석사과정 교재로 쓰였던 적도 있다고 한다. 원문의 의미 전달에 번역의 주안점을 두어 옮겨내고 안도현 시인이 초고를 살펴보고 읽을 만한 우리글이 되도록 고쳤다고 한다. 그런 노고가 있어서 접하기 어려운 글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대단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읽어나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교훈적으로 다가오는 글도 있고, 때로는 다른 문화에서 있기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문득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글이 있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제대로 된 시

다른 사람의 심장을 뚫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는

시나 화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66쪽)

 


한 켤레 신발로도


마음이 흡족한 자

모든 성취가 그의 것이니

한 켤레 신발로도 기쁜 사람은

온 세상을 가죽으로 덮었다고 생각한다 (124쪽)


잠언집은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글의 모음이다. 읽는 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글이기에 어느 날 문득 생각날 때 꺼내들어 읽다보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산스크리트어로 된 수바시따 잠언집을 읽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책으로 인도 잠언집을 읽으며 지혜의 말을 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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