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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2 : 14 (리커버 에디션) ㅣ 미생 (리커버 에디션) 14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평점 :
미생이 돌아왔다. 올칼라 리커버 에디션으로 임팩트 있게, 풍성하게 꽉 찬 느낌을 주며 말이다. 오래 전에 미생을 만났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미생 재미있다"는 말에 궁금해서 읽어보았고, 그렇게 접한 '미생'은 세상 살이의 한 순간 한 순간이 바둑의 한 수와 연관되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드라마로 접하니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서 만화와 드라마를 번갈아 보며 한동안 미생의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런 미생이 새롭게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웠다. 시즌 2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미생, 바둑용어다.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가운 생각에 천천히 몰입하며 읽어나갔다. 미생은 바둑으로 보는 인생 이야기다. 이것저것 가지치기 하고 인생의 열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어서 더욱 처절하다. 우리는 누구나 미생, 완생을 향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시즌 2에서는 온길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회사를 차려 들어와서 열일하는 원 인터내셔널 사람들의 아웅다웅 현실적인 이야기가 돋보인다. 원 인터내셔널에서 계약직을 끝낸 후 오상식의 제안으로 온길 인터네셔널에서 근무하는 장그래, 온길 인터내셔널의 부장 오상식, 사장 김부련, 전무 김동수, 과장 김동식, 경리 조아영 등이 핵심 인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대기업에 있을 때에는 일이 터져도 개인에게 큰 손실까지는 가지 않지만, 여기서는 개개인의 책임이 크다. 지독히 현실적이고 지극히 냉정해서 숨죽이며 읽어나간다.
거기에 송일무역 사장인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회사와 가세가 기울어 온길 인터내셔널에 사원으로 입사하는 아들 한그루의 이야기가 14권에서 펼쳐진다. 올칼라판 그림에 생생한 스토리가 더해져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거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더해지니 마음이 울컥하다가, 문제가 생긴 듯 할 때에는 덜컥하다가, 해결되었을 때 안도한다. 하지만 더욱 치밀하게 접근하며 분석해나가는 오상식에 감탄하고, 바둑 이야기를 더해 풍성하게 해주는 장그래에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돌을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하는 것도 기사로서 수치이고, 좀 더 모색하지 않고 쉬이 돌을 던지는 것도 수치이고, 승부가 끝났는데도 상대의 실수를 집요하게 유도하는 것도 수치이고, 최후의 순간까지 역전의 기회를 노리지 않는 것도 수치이다. 어떻게 질 것인가. 어떻게 져야 다음 대국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져야 앞으로의 생을 계속 살 수 있단 말인가. (148~149쪽)

또한 14권 프리퀄에서는 오상식이 빨간 눈이 된 사연이 펼쳐진다. 어떤 속사정이 있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이 시큰해졌다. 그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처절하기까지 한 미생이라는 입장 말이다. 사실 어떤 일이든 목숨 걸고 해야할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쓰러지거나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피부에 와닿지는 않나보다. 괜시리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은 그렇다. 만화이지만 인생을 담은 책이고, 특히 직장인이라면 더욱 남 얘기같지 않은 살벌한 현실에 뼈저리게 공감할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 미생을 읽으며 바둑으로 인생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본다. 읽는 내내 드라마 미생에서 보았던 등장인물들이 눈 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졌다. 미생은 계속 이어지고, 드라마도 시즌 2가 방영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