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 평범하지만 특별한, 작지만 위대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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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나운서 임희정 에세이다. 제목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에서 울컥한 공감이,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이다. 가장 가까이서 삶을 바라보며 함께 성장해나간, 가족이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일 것이다. 저자는 "부모의 일생도, 노동자의 삶도, 자식의 마음도, 잘 기억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희정. 10년 차 아나운서다. 지금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강의, 행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 아래 잘 자란 아나운서 딸이다. 한글조차 익숙하지 않은 부모 아래서 말을 업으로 삼는 아나운서가 됐다. 내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부모를 보고 배우며, 알게 모르게 체득한 삶에 대한 경이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공사장을 향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돈을 아끼고 쌀을 씼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매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부터 아나운서 입사 시험까지 부모를 떠올리며 그리고 나 자신을 생각하며 골몰했다. 나의 부모가 틀리지 않았음을 내가 입증하고 싶었고, 그들의 선명한 증거가 되고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것들에 몰두했다. 나는 반드시 번듯한 자식이 되어야 했다. (19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아빠 이야기', 2장 '엄마 이야기', 3장 '나의 이야기', 4장 '다시, 아빠 이야기', 5장 '다시, 엄마 이야기', 6장 '다시, 나의 이야기'로 나뉜다. 50년 막노동은 왜 '경력'이 될 수 없을까, 삶의 숫자들, 나는 아빠의 선명한 재산이다, 엄마는 엄마로 너무 오래 살았다, 엄마와 함께 목욕탕,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뭐 하고 싶어?, 자식은 항상 부모보다 늦다, 나에게 필요했던 부모의 품, 길어지면 슬퍼지는 전화통화, 엄마의 모든 것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나'와 잘 살아보자, 터무니없었던 나, 다 괜찮아져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모르겠다. 첫 마디 글을 보며 울컥했다. 눈물이 흐른다. 가장 가깝고,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받고, 가장 힘들게 하기도 하는 존재…. 진지하게 한 권의 책에 담을 마음과 용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랬나보다.

그들의 삶을 쓰며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갑니다.

내 생의 이야기가 되어준 아비와 어미

자식의 인생을 자신의 희생으로 채워준 아빠와 엄마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 삶을 존경합니다.

책 안의 모든 활자를 나의 부모님께 바칩니다. (책 속에서)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것도 많이. 글을 적어나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펼쳐내는 것은 그것이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울컥, 움직이는 힘이 있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쳐 간다. 삶의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고, 평범한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이 모여 그 사람의 색깔이 되기 때문이다. 김원영 변호사의 추천사 중 '나와 내 부모님의 시간들이 또한 얼마나 평범하고 종종 아름다웠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라는 글을 보며, 내 마음도 그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뭉클하고, 찬란하고, 그러면서도 지독히 지극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진솔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한없이 내 안으로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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