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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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얇고 제목이 조금 평범한가 생각이 들 때,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이라는 설명을 보고 나서야 이 책이 달리 보인다. '나의 보통날은 누군가의 축제보다 눈부시다'는 표현도 멋지다. 마음을 살살 녹이는 힘이 있고, 바닥 치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마법이 있다. 이 책『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를 읽으며, 토닥토닥 나를 다독이고 힘을 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나도 모르게 자기혐오를 일삼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불완전하고 행복이란 깃털보다 가벼운 것.

존재조차 불확실한 이상을 좇느라 예고편 같은 인생을 살지 마세요. (책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나카무라 쓰네코. 1929년 출생 정신과 의사다. 그는 7월(88세)까지 주 6일 풀타임으로 외래, 병동 진료를 했고, 8월부터 주4일 풀타임으로 근무한다. 언제 죽어도 미련은 없다는 마음으로 의사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정리는 오쿠다 히로미. 1967년 출생 정신과 의사이며 일본 마음챙김 보급협회 대표이사다. 2000년에 나카무라 쓰네코와의 만남을 계기로 정신과의로 전과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여섯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무엇을 위해 일하나요?', 챕터 2 '기대하지 않아야 인생이 잘 풀린다', 챕터 3 '인간관계의 오묘함', 챕터 4 '마음의 평정 찾기', 챕터 5 '일과 가정을 양립해가는 비결', 챕터 6 '하루하루 담담하게 살아가기'로 나뉜다.


먼저 목차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돈 때문에 일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다. '안하는 것보단 낫다'라는 자세가 꾸준함의 비결이다,

남을 변화시키는 일에 에너지 소모하지 않기.'어떻게 하면 내가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에너지를 사용하자,

주어진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기. 감사히 여기고 그 이상은 바라지 말자,

기회는 항상 우연히 찾아온다. 누군가 등을 떠밀면 그 흐름에 올라타보자,

앞날은 걱정해봐야 알 수 없는 법. 눈앞의 일을 소홀히 하지 말자,

자신감 부족은 나쁜 게 아니다. 급조된 자신감이 가장 위험하다,

인생에서 참고 견뎌야 할 시기가 반드시 온다. 덜 아프게 이겨낼 방법을 찾자, … (목차 中)

등등의 목차를 읽는데,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알차게 담아낸 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목차부터 특별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의 경험담과 삶에서 얻은 조언이 빛을 발한다. 더 와닿는 것은 맞는 말 같다는 느낌에 더해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도 한몫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쏙쏙 들어오고, '맞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하는 결심도 선다.

나의 일, 자식, 가정. 인간으로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걱정은 그 일을 전부 끝내고 나서 해도 괜찮아요. 신기하게도 눈앞의 일을 정리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사소한 걱정거리는 쓱 사라집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역시 사람은 시간이 남아돌면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을 시작해보세요. (112쪽)

고독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일리가 있는 생각이구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저는 고독사를 대단히 좋게 봅니다. 고독사를 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었다는 뜻입니다. 가족에게 고생스러운 간병도 시키지 않고 병원에서 의료비도 쓰지 않은 채 홀로 죽어가는 것. 이처럼 훌륭하고 깔끔한 죽음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전 고독사가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183쪽)


 


나이가 들면 어떤 점을 후회하고, 어떻게 한 것을 잘 했다고 생각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짐작해보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나를 점검하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한 차례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어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그야말로 정신과 의사에게 인생 상담을 받는 듯, 그것도 90세의 연륜이 묻어나는 조언이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제목 그대로의 고민이 있는 사람, 그냥 살아갈 방향을 잃은 사람 등등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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