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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채워진다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큰스님의 조언
후지와라 도엔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19년 8월
평점 :
요즘들어 필요한 것 같다며 물건을 사들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막상 받아보면 후회하거나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나에게 온 물건들이 지금은 처치 곤란으로 예쁜 쓰레기가 되어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정신 차리고 다시 정리에 돌입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다잡는 일이다. 물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물건이 많아도 삶이 버겁다. 알기는 하지만 여전히 적정선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물건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든 일이든 살면서 정리가 필요한 일이 많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인생은 버리고 채우는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 마음과 주변 정리를 위해 이 책『버려야 채워진다』를 읽으며 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후지와라 도엔. 일본 시즈오카에 있는 호타이지의 주지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언제나 부족해'라는 목마른 기분, 손익, 승패, 선악 같은 두 가지 생각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고방식, 거리끼거나 얽매임으로써 마음을 경직시키는 완고함, 자신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마음, 이것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는 것이 버리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이런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저 나름대로 궁리한 것들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여러분도 몸과 마음을 편하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본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6~7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조금 가벼워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를 시작으로, 1장 '욕欲은 정도껏!', 2장 '사람 사이는 물과 같이 담백하게', 3장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으로 산다', 4장 '대범하고 어리석게 산다', 5장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마음은 경중이 있긴 해도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나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반성해야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주지스님인데 료칸처럼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한다고 솔직 고백한다. 책, 문장구, 만년필, 자가용 등 있으면 편리하고 잘 사용하게 되는 물건들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보면 저도 다른 사람의 물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명처럼 제 얘기를 하는 것도 역시 찔리는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솔직한 심정을 보여주니 더욱 인간적으로 마음이 끌린다. 비우지 못하는 나를 질책하는 책이 아니라, 필요없는 것을 비우고 좋은 것으로 채우도록 마음을 정리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가지고 싶은 것일까요? 제 경험을 통해, 그리고 자기반성을 담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언젠가 반드시 쓸 날이 올 거야'라며 쟁여 놨던 것을 나중에 쓸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욕들처럼 물욕 또한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물욕과 마주하느냐가 중요합니다. (53쪽)
물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언제 다시 이런 마음을 잊게 될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만이라도 마음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중간중간 나오는 하이쿠나 책속 문장으로도 문득 깨닫는 시간을 보낸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를 얻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인 사카무라 신민은 말했습니다.
그냥 살고, 그냥 죽는다.
그냥이라는 두 글자에 모든 것이 빛나고,
그냥이라는 두 음에 만물이 빛난다.
사는 것이 싫어져도 됩니다. 괴로워해도 됩니다. 좌절해도 됩니다. 발끈해도 됩니다. 어쨌든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지금 이곳에 자신을 버리십시오. (210쪽)
마음이 소용돌이칠 때, 허무하거나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방황하고 있을 때, 이 책이 도움의 손길을 건넬 것이다. 이 책을 접할 때의 내 마음이 그랬고,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자유롭고 가볍게 살아가는 비움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