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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평점 :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평평한 곳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평지에서만 생활하는 것보다는 산도 오르고 다이나믹하게 활동하며 사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평면의 가치를 너무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평면이 지배하는 세상의 평평함을 읽는다!'고 말한다. 지금껏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평면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지 이제야 궁금해진다.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평면의 진정한 가치를 통찰하고자 이 책『평면의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B.W.힉맨.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의 역사학과와 서인도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당연한 듯 특별한 평평함의 세계', 2장 '평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3장 '지구는 정말로 둥글까?', 4장 '매우 평평한 그곳에 서면', 5장 '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까?', 6장 '평평한 운동장이 낳은 것들', 7장 '평평한 물질들', 8장 '그림은 평면화를 넘어설 수 없을까?', 9장 '다가올 평면성의 명암'으로 나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분명 평면이 지배하는 공간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현대 세계의 한 조건이다. 이 글 자체도 평평한 종이나 평면 디스플레이 위에 평평한 문자로 이루어졌다. 당신이 이글을 읽고 있는 방도 평평한 바닥과 벽, 천장으로 이루어진 육면체일 것이다. 그 방에는 평직으로 짠 깔개나 카펫, 테이블, 책장, 캐비닛 등이 놓여 있을 것이고 기능성과 효율성 등에서 내부와 외부 요소가 모두 평면으로 된 그림이나 포스터, 지도 등으로 장식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드러눕거나 수평으로 몸을 뻗고 누워 생활할 것이다. (7쪽)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당되는 것인데, 괜히 주변을 살펴보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지금 현재를 짚어보게 된다. 평평한 것에 대해 살펴볼 마음의 자세가 첫 장부터 가다듬어진다. 평면에 대한 지적 여행의 넓고 깊은 세계로 들어갈 준비는 처음부터 완료다.
이 책을 펼쳐들고 먼저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당연한 듯 아무 느낌이 없는데다가, 지구평면설을 접했을 때 옛날 사람의 허황된 생각으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다시 평면의 의미를 하나씩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평면의 모든 것을 훑어준다. 읽어보면 '이, 이런 심오한 뜻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금껏 별다른 감흥이 없이 대한 데다가 의미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현대의 삶에서 평면의 중심적 역할을 설명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답하기 위해 서로 대조되는 세 가지 관점에서 평면을 살펴본다. 인간이 평면을 인식하게 된 방식, 우리가 평면을 창조하게 된 방식, 평면이 재현되는 방식 등 세 가지 관점에서 평면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방대한 지식을 풀어내며 지금껏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아프리카 사바나, 미국 대평원,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티베트 고원, 러시아 대초원, 저지대의 평평한 풍경을 비교,대조하면서 지리학, 인간의 생존 본능, 넓은 공간과 자유의 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_<스펙테이터>
다양한 관점에서 평면성의 역사를 추적하는데, 특히 3장에서 다루는 '창조 신화에 나타난 세상의 모습', '지구 평면설' 등은 왜 지금껏 지구가 평면이라는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더 깊고 넓게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했고 생각이 많아졌다. 고대 사상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이 책에 한 데 모아 설명해주니, 이것만 읽어도 지식을 쌓는 뿌듯함이 있다.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꽉꽉 눌러담은 느낌이 드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