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평점 :
"너 페미니스트야?"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말이다.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이라며 얼버무리듯,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즉,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다.
모든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 싸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고,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선택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담담히 모색하고자 합니다. (책 뒷표지 中)
카카오 브런치 조회수 600만, 각자의 온전한 삶을 살아내기 위한 페미니즘을 담은《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은지. 불편함과 예민함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과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 용기를 내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다. 남편과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며《제가 알아서 할게요》,《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왜냐하면 고양이기 때문이지》등의 책을 썼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너와 이야기하면 나는 예민한 여자가 된다', 2장 '나의 평범한 한국 남자친구', 3장 '네, 저는 예민한 여자입니다'로 나뉜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하고 말하는 이유, 배려해줬더니 권리만 챙긴다고?, 그 농담이 나는 웃기지 않다, 남성이 만든 보편 사회, 여성 상위 시대라는데 나는 왜 불편할까, 낮잡아 이르는 말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믿음, 좋아서 꾸미는거 아니냐고요?, '남자는 원래 어린애'라는 프리패스, 폭력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분노, 이것도 미투야?, 내 남편은 안 그럴 거야, 그럼 나이든 시어머니 혼자 일하라고?, 말해야 할 순간에 입을 다무는 남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비슷한 생각의 여성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저자가 풀어내는 글에 집중해본다. 너무 무겁거나 날이 선 글이 아니다. 그냥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가고,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목소리 내어 말하기는 힘들어도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나또한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된다.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거창한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고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두렵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에게 향해지는 그 모든 날카로운 공격들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이건 뭔가 좀 불합리해"라고 말하기도 전에 '나는 워마드가 아니며 남성혐오를 하지 않는다' 따위를 먼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일단 예민하고 불편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최근에는 학교나 직장에서도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알려지면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8쪽)

'브런치'에 걸맞게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무게감 때문에 오히려 거리가 멀게 느낀다면, 이 책은 거리감을 좁히며 커피 한 잔 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부담없고 편안하고 술술 읽힌다. 생각하지 못했던 그 무엇까지 함께 짚어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는 책이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 말고, 그냥 서로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 이 책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성들이 읽으면 공감을, 남성들이 읽으며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