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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부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른을 위한 동화
김세라 지음 / 하다(HadA)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황금부리』이다. 표지 그림을 보면 황금부리를 가진 오리가 주인공이다. 깃털보다 자유로웠던 어린 오리의 위대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라는데, 과연 오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부제는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오리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세라. 책을 모티브로 한 IT융합미디어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상과 굿디자인상을 수상하였고, 모바일 및 캐릭터인형 등 분야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로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다수의 골드상을 수상했다. 어른이 될수록 점점 빨라져 가는 시간의 속도를 느끼고,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찾고자 했다. 유럽여행 직후 잃어버린 시간을 주제로 이 책을 써내려갔다. 직접 그린 펜 일러스트의 주인공들을 '아이러브 캐릭터 어워드'에 출전시켜 '황금부리'로 수상하였다.
이제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오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스스로 고독의 문을 열고 나왔고, 시간의 비밀을 알아냈다. 그에겐 모두가 친구였다. '황금부리'라 불리는 이 새는 볼에 미소를 머금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 시대의 태양의 새는 현조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그 태양의 새는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도 태양의 빛을 닮아 따뜻한 마음씨를 품은 새이길 바란다. 그는 신화 속에서 깨어나 이제 날아오르려 한다. (9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어린 오리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그냥 오리의 이야기일뿐인 동화가 아니라, 그 안에서 현대인들의 삶을 발견하고 사색에 잠기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구름 위 그곳에는 무수한 '절망의 물'들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어. 지금은 둑으로 막혀 있는 상태인데, 누군가 올라가서 둑의 입구라도 무너뜨린다면 그 절망의 물들이 전부 땅 위로 쏟아지고 말아.… 절망의 물이 쏟아지면 모든 시계가 자동으로 정지되어 버리지. 그때부터 획일적으로 통일된 시간이 작동하기 시작해. 황금호수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던 시계대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되는 거야. 절망에 빠진 그들은 점차로 모든 성장을 멈추게 되고, 결국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거부하게 돼. 종국에는 아마 '획일 시간 나라의 왕'이 된 거인에 의해 모든 동물들이 노예로 전락하고, 짓밟혀 멸종되고 말 테지. (219~220쪽)

'동화'보다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더 강하게 돋보이는 소설이다. 때로는 '너무 심오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두툼한 무게감이 있는 '우화'라고 보면 된다. 오리의 최후를 궁금해하며 여정을 따라가며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끝을 향하게 된다. 하지만 단숨에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생각의 웅덩이에 빠져들어 사색에 잠기게 된다. 동화 이야기를 자신만의 필터로 한 번 걸러 재창작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어서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도 생각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