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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연함에 속았다
권다예 지음 / 다독임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어쩔 줄 모르겠고 막연함에 치를 떨며 우왕좌왕한다. 태어난 것도 처음이고, 그 시기를 살아가는 것도, 그 상황에 맞닥뜨린 것도 어찌보면 처음이니까 서툰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춰섰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막연함이라는 감정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떻게 시간을 쓰든 우리는 항상 막연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기대가 되고, 새롭고,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고, 슬프고, 가슴이 저릿해지는 것 아닐까. (책 뒷표지 中)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되는 순간, 나또한 수두룩하게 겪었던 순간,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이 책『나는 막연함에 속았다』를 읽어보았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관계를 망치고 있던 건 바로, 나였다', 2부 '집순이는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일까', 3부 '우리는 평생 막연함과 싸워야 한다', 4부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싶었다', 5부 '잠시, 지금 이 순간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로 나뉜다. 누군가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상처받고 싶지 않아 상처를 주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엄마는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우리에게는 가끔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 노잼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노력들, 꿈을 포기할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노력하면 행운을 만들 수 있을까, 거절에 태연해질 수 있을까,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 모두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아주 어두운 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을 그 시간에 한 사람이 조곤조곤 적어 내려간, 일기의 어느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만큼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그 누구에게도 꺼내 놓지 못했던 아주 사적인 생각들이 담겨있다. (6쪽)
저자는 자신의 글들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이 아주 무겁고 어두울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세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든 그런 상황에 접한 적이 있지 않을까 싶은…, 살아가면서 느낄 법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지나고 보면 고민도 아닐 문제를 그 당시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경우가 생각난다. 저자가 자신을 집순이라고 하며 그렇게 젊고 좋은 나이에 왜 항상 집구석에만 있냐는 말을 듣고 마음에 새기는 경우를 보니,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사람이 아무말 대잔치를 한 것 뿐인 말 한마디에도 괜히 주눅들고 상처입던 순간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상처를 주고 받으며, 그럼에도 함께 살아내야 하는 인생,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 책과 함께 떠올리는 시간을 보낸다.
과묵한 편인 친구가 마음을 열고 나에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책이다. 특별한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 있어" 하며 맞장구도 치고 말이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면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더욱 공감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