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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철학적 이유 10
김한승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은 제목부터 곱씹어보며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무언가 존재의 특별함이 느껴진다.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나 자신은 티끌보다 못한 존재일까,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일까. 이 책은 철학책이다. 이 책『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를 읽으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기적으로 만드는 인류 원리의 통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김한승. 현재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언어철학, 논리학, 윤리학, 미학 영역에서 논문을 써왔으며, 철학 논문에서 제시한 생각들을 하나로 꿰어 쉽게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시도를 담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시작하는 글 '평범하게 비범한 존재, 인간'을 시작으로, 1장 '우리는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2장 '인류 원리란 무엇인가', 3장 '어떻게 인류 원리는 투명인간에서 벗어났는가', 4장 '왜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인가', 5장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6장 '왜 나는 너를 오해하게 되는가', 7장 '어느 정도로 너를 믿어야 하는가', 8장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9장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10장 '우리는 언제 사라지는가'로 이어지며, 더 알아보기 '확률'과 마치는 글 '인류 원리가 그리는 인간의 지도'로 마무리 된다.
우리 모두는 각자 평범하게도 비범합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제가 하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사실 '인류 원리'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이미 전해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원리는 제대로 우리 손에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천체물리학자 브랜던 카터는 인류 원리를 '미운 오리 새끼'로 태어나게 한 사람인데, 그는 다음과 같이 인류 원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관찰자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아리송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우리는 앞으로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4쪽_시작하는 글 中)
이 책을 읽으며 인류 원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쉽게 풀어냈다고 했지만 절대 쉬운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당 주제가 워낙 난해한 것이어서 이 정도면 쉽게 풀어냈다고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인류 원리'란 "우리는 왜 이 우주에서 살아가게 되었는가"를 밝히고자 과학자들이 도입한 철학 개념이다. "인간이 관찰하는 우주는 인간이 존재하는 조건에 의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 개념은 우리가 단순한 관찰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이 세계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이 책은 '나'와 '너', 그리고 무한한 '우주'의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인류 원리를 철학적으로 설명하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 답을 제시한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을 읽으며 인류 원리에 대해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한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나가다 보면 그 의미가 전해진다. 나에게 그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내 존재를, 인간 존재를 우주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었다. '평범하게도 비범한' 존재를 인식하고, 내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