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건강할 때에도 우리는 인생의 파도를 타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이 자신감이 솟아날 때가 있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바닥을 칠 때도 있다. 하물며 몸이 아플 때는 어떠할까. 이 책은 저자가 희귀난치병 '재생불량성 빈혈'과 함께한 6년의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말한다. '그래도 내 인생이잖아.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인데 살아야지. 버텨야지. 일어나야지.'라고 말이다. 질병과 함께 한 기록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이 책『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수연. 19살에 골수 이식을 받고 두 번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골수에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난치질환 '재생불량성 빈혈'. 남들이 피를 100만큼 가지고 있을 때 저는 기껏해야 50, 심하게는 20도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이 병은 희귀난치병답게 정보가 정말 없어요. 병을 알고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자그마치 6년. 저는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써왔어요. 꾹꾹 눌러 쓴 글이 아픈 시간만큼 쌓이자 이걸 다듬어서 어딘가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갑작스럽게 환자가 됐는데요, 2장 '힘, 그거 안 내면 안될까요?', 3장 '다시 건강해질 거야', 4장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5장 '투명한 나날들'로 나뉜다. 열여덟 겨울 기숙사에서 쓰러지다, 지옥의 골수 검사, 내가 중증 희귀난치병이라니, 외면하고 싶은 것들, 실낱처럼 하잘것 없는, 모르는 척 좀 해주세요, 삶과 죽음 그 사이, 공여자가 나타났다, 이식 준비, 정상의 상징, 미각을 잃었어요, 항암 그 은밀함에 대하여,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타인을 마주하는 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순간의 집합, 무기력 털어내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집에서 요양하겠다며 기숙사를 나온지 이틀 만에 환자가 되었다. 몸에 이상징후가 생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병명은 살벌하다. 정확한 병명이 나올 때까지의 공포는 얼마나 두려울지 짐작이 간다. "골수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백혈병이거나 재생불량성 빈혈이거나 골수이형성 증후군일 겁니다. 백혈구도 낮은 걸로 봐서는 백혈병은 아닌 거 같은데…. 일단 골수 검사를 해 보죠." 병원에 갔다가 입원을 하면서 점점 환자가 되어가는 기분을 나또한 경험해보았다. 그런데 6년이라니, 정말 생각만 해봐도 아찔하다. 그래도 이렇게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이제 회복이 되었고 그때의 기록을 꺼내들 만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다행이다. 정말로.


특히 <힘, 그거 안 내면 안 될까요>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완전히 공감하며 읽었다. 힘이 되지 않는 힘내라는 말, 병세에 대해 브리핑하다가 지치거나, 더 좋은 병원에 가야 한다며 지금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온갖 발언들…. 병 때문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에 무너져내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경험한다. 나쁜 의미로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도 충분히 버겁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전화를 안 받아도 걱정하고, 받으면 반대로 내가 위로하고 있어야 하니 에너지가 빠져버리는 느낌…. 힘내라는 말은 전혀 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런 곳에다 풀어내는 것밖에는 없다. 그냥 웃으면서 '네' 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울컥 하면서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디서들 들었는지 부모님과 나는 각자의 지인들로부터 줄기차게 연락을 받았다. 그 걱정과 관심이 처음에는 고맙다가 갈수록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지금 어떤 상황이고 향후에는 또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수십 명에게 말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회의가 들었다. 주변에서는 힘 내라는 말과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말라는 소리밖에 하지 않는다. 안다. 그들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런 것뿐이라는 걸. 그렇지만 힘이 안 나는데 도대체 어떻게 힘을 내야 하는지, 본인들도 상황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울고 화내고 욕도 할 거면서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굴어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다. (105쪽)

 


죽지 않을 거라면 최대한 살아보려 노력한다. 병을 인정했다고 해서 해탈의 경지에 올라 평온하게 투병하진 않는다. 얼굴을 뒤덮는 트러블에 대인기피증이 생겨 사람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토악질은 일상이며 더럽게 맛없는 약을 망치로 냅다 으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다 모르겠고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꽤 여러 번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딱히 좋은 줄 몰랏던 과거가 이토록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다. 결국 인간은 삶 그 자체가 소중했음을 알기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지도 모른다. (326쪽)


병을 알고 난 후 살고 싶어서 기록한 것들을 추리고 추려서 이 책으로 엮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투병 중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흔치 않은 병인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본 자가 그 질병에 대한 정보를 비롯하여 어떻게 완치까지 갔는지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이기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병에 걸려 투병 중인 사람, 가족이나 지인이 투병 중인 보호자, 아니, 우리는 누구나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기를 권한다.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많고, 완치까지의 기간 동안 적어내려간 기록이 생생해서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