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잡수다
안티구라다 외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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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부르고, 통일에 대해 염원하며 포스터도 그리는 등 다같이 통일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생각조차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무겁고 거창하고 부담스럽고 힘든 주제라는 생각도 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 외면하기 일쑤다. 하지만 조금은 부담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 이 책『통일 잡수다』는 지은이들도 '안티구라다, 십(10)쇄' 라는 필명이다. 어깨 힘을 조금 빼고 부담없이 평양냉면 한 그릇 먹는 듯 접근할 수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말한다. '나는 통일을 좋아한다. 적어도 식당에서만큼은 그렇다. 음식을 주문할 때면 웬만하면 맞추려고 한다.'라고 하거나, '나는 통일을 싫어한다. 적어도 옷을 고를 때는 그렇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입고 있으면 사지 않는다'라며, 통일을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한다고 언급한다. 한반도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이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 싫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한다.

북한은 꼭 나쁜 놈이어야 하는가?

북한은 꼭 미래를 함께 할 동포여야 하는가?

왜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가.

그냥 기분에 따라서 내 마음대로 골라도 무방하지 않을까. (5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누구나 알고 있는 북한', 2장 '통일이 문제가 아니다', 3장 '내부사정 좀 봅시다', 4장 '제언'으로 나뉜다. 북맹, 북한 문학작품 감상법, 서울과 평양의 공통점, 남과 북의 공통점, 북한판 패스트푸드, 북한에서의 극장 매너, 통일하면 좋은 것, 북한전문가, 취향입니다, 삐딱하게 보기, 꼰대들의 잔소리, 한국 청년들이 살기 힘든 이유, 삐라,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 결과, 북한이탈주민과 조선족을 비교하지 마라,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 어려운 이유, 대한민국의 통일교육 다 뜯어고쳐야 한다, 통일이 되려면, 국민이 통일에 무관심한 이유, 국민 개인 맞춤형 통일교육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 관한 함의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북맹(北盲)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연타로 충격을 받는다. 북한에 공산당이 있냐는 질문부터, 북한의 국화, 국가에 대해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북한을 찬양하든, 욕하든 상관없다.

통일을 하려면 북한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통일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구나! (27쪽)

뼈저리게 공감한다.  

 


이 책은 통일에 대해 거창하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담없이 생각하자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가볍게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전혀 생각도 안 하다가 갑자기 당황하지 않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부담없는 이슈를 들여다보며 지극히 가볍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가벼움도 괜찮다. 꼭 무겁고 진지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 관한 함의'에 이렇게 말한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지 맙시다. 쫌!'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너무 경직된 시선으로만 접근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수다스럽게 접근한 이야기에 오히려 많은 부분이 격의 없이 다가온다. 시대가 바뀌고 우리도 변화했으니 지금 시대에 맞는 통일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보는 것이 어떨까. 이 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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