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의 끝에서 너를 보다 - 밝은 것만 그리고 싶지는 않아
최정현 지음 / 알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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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돋는 글을 읽고 싶었다. 요즘, 너무 힘들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듯한 그런 책이 뭐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 이 책의 문장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새카만 어둠보다 티끌 없이 하얀 종이가 두려웠다. 그래서 그 위에 내 감정의 색을 덮었다. 어둠을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어도 밝은 것만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겠다. 흔히 말하는 '철없이 산다는 말', 난 그 말이 참 좋다. (책 뒷표지 中)

너무 밝은 척 하는 것도 싫고,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나에게 전해져오는 것도 싫다. 어쩌면 이 책이 적당한 무게감으로 지금 나에게 위로와 휴식을 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파란 하늘의 끝에서 너를 보다』를 읽어보았다.

 

 

 


이 책은 '밝은 것만 그리고 싶지는 않아', '깊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파란 하늘의 끝에서 너를 보다' 3부로 구성된다. 비 오는 날, 바보 같아서, 이상하게 작아진 하루, 네가 없다는 상상, 곱게 접은 주차권, 적당한 거리, 걱정, 그리면 이루어지는 것, 장바구니, 머리 묶는 법, 알아간다는 것, 빨간 친구, 청소와 치약, 카페에서, 광화문에서 생각 하나, 신의 음료, 따뜻한 잠, 비우는 것 담는 것, 버터와플, 편한 마음, 다림질, 취한 채로 그림을 그렸다, 자기만족, 결국 사라질 것, 무엇보다 너,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마술, 사랑이건 혹은 무엇이건, 새벽색, 버티는 삶, 버텨주세요, 해독제, 새벽 두 시와 세 시 사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음악 같은 그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가 알아서 할게, 산타클로스, 도망침을 끝내고 싶다, 추억의 아픔, 찌질함의 힘 등의 글과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이 책은 그림이 마음에 든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 책을 보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왜 그런 느낌이 있지 않은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쳐다보게 되고, 그렇게 그림을 한참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예전의 기억 속으로 훅 들어가는 느낌 말이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뜻하고, 온갖 기억이 함께 어우러져 그림에 담겨 있다. 신기하게도. 어느 눈내리던 밤에 이순신 동상 부근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지, 나의 기억을 함께 더듬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나의 기억처럼 생생해지니, 글보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그런 책이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노력, 시간과는 별개로

그 안에 순간적으로 담기는 공감의 힘이란

나와 당신의 환경과 경험에서 오는 것이 분명하다. (133쪽)

이 책은 작가만의 이야기와 그림을 일방적으로 전해듣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래서 공감의 힘을 끌어올리는 것이 분명하다. 야들야들한 감성을 원하고 집어든 책인데, 개성 있는 감수성에 버터 와플의 달달함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많이 힘든 시간이었지만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내 내뱉으면 그 모든 시간이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이 빠져버릴까 봐 절대 말하지 않는 나였다. 지난 수년간의 시간은 나름 굴곡을 겪어왔다고 생각한 내 삶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시간이었다. (에필로그 中)

이 말이 지독한 위로가 되면서, 오늘도 살아갈 힘을 책에서 얻는다. 이 책의 그림, 그림이 나를 위로한다. 그냥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책이 아니라, 힘든 시간을 떠올리며 함께 견디어내는, 삶의 다채로운 맛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림을 마음에 담으며 감수성 있는 글로 위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이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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