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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평점 :
갑자기 어두침침해졌다. 비 내리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이 소설을 읽기에 제격이다. 소설은 읽는 시기와 분위기에 따라 느낌은 극과 극에 달한다. 그런 의미에서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분위기도 한몫 했고, 소재 자체도 참신했다. 일단 펼쳐드니 소설 속 상황에 금세 몰입해서 어느 순간 훅 빠져들어 읽어나간 소설『독의 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최수철. 1981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맹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중편소설「얼음의 도가니」는 한국적 누보로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 두려움과 매혹, 도취와 환멸, 해독과 정화, 에필로그로 구성되며, 작품 해설과 작가의 말로 마무리 된다.
소설 속 화자는 유난히 혹독하게 추웠던 어느 날 새벽에 의식불명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려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위세척, 하제와 해열제투여 후 집중 치료실에 수용되었다.위장에서 상당한 양의 보톨리누스 균과 프토마인 균이 검출되었으며, 몸 전체가 독성 물질에 의해 감염된 상태였다고 한다. 사실 냉장고에 오래 두었던 음식 중 곰팡이가 퍼렇게 슨 음식들의 곰팡이 부분을 잘라내고 먹었을 뿐인데, 그것이 온몸에 독성이 감염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인가. 이 모든 것은 같은 병실에서 만나게 된 또다른 환자 '조몽구'를 알려주기 위한 극적인 장치이다. 조몽구는 어떤 사람인지, 독과 관련하여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간다.
일단 이 소설은 제목에서 궁금증을 자아내어 읽어보게 만든다. '독의 꽃'은 김영랑의「독을 차고」와 샤를 보들레르의『악의 꽃』에 수록된「독」두 편의 시를 전문 인용했다고 한다. 무언가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시선을 자극한다. 그렇게 이끌려서 일단 이 소설을 펼쳐들면 프롤로그부터 시작된다. 일단 프롤로그를 읽으면 멈출 수 없다. 아예 읽지 않거나, 다 읽은 사람은 있어도, 조금만 읽은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강렬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며 끝까지 독자를 이끌고 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독특한 인물과 그에 대한 호기심은 소설을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힘을 준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보았거나 보호자로 있어본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별별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 병원이라는 장소다. 병원 다인실에 있다보면 꼭 의문을 자아내는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저 사람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그냥 잠깐 상상만 하다가 잊곤 하는데, 그또한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어 이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역시 소설가는 그런 소재를 놓치지 않고 한 권의 장편소설로 탄생시킨다.


"내 이야기는, 한 방울의 물과도 같은 한 인간의 생명, 독일 수도 있고 약일 수도 있는 그 물방울 하나의 생성에서 사멸에 이르는 작은 역사에 대한 거야." (520쪽)
소설속 이야기에 집중하며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의외의 브레이크를 건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구나!' 독특하고 신선함을 느낀다. 딴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몰아치며 고속도로에서 악셀을 밟아대다가 갑자기 유턴을 하는 기분이랄까. 어쩌면 '내 이야기는 독을 바른 책'이라는 이야기에 나또한 서서히 중독되었던 가보다. 독과 독이 아닌 것, 거짓과 진실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몰아치다가 텅 비어버린다. '한국 문단의 이질적이고도 희귀한 존재감!'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먼저 읽어본 독자로서 이 소설을 권한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