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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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게 된 거의 모은 이유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저서라는 점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바닷가 작업실에서 그림도 그리고 가끔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하나 더. 슈필라움 심리학을 들려준단다. 슈필라움의 심리학은 무엇일까. 불안 없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슈필라움이란다. 무언가 이 책을 읽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이 책『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자 '나름 화가'이다. 현재 여수에 살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눈먼 고기도 잡는다.『에디톨로지』,『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남자의 물건』,『노는 만큼 성공한다』등을 집필했다. 


*슈필라움(주체적 공간)

독일어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4쪽)


'슈필라움'을 꿈꾸며 살아온 지난 몇 년간의 삶을《조선일보》에 '김정운의 여수만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그 글들을 모아 이렇게 작은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바닷가 작업실', 그리고 '미역창고'를 통해 구체화되는 내 '슈필라움'의 형성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 살까지 살 수 있게 된 오늘날,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슈필라움'의 또 다른 가능성에 관해 보다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13쪽)


일단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아재개그 본능이 꿈틀거려 키득키득 웃어가며 읽어나갈 수 있는 점이 아주 좋다. 이번에도 저자의 책을 읽기 잘 했다.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고뇌가 담겨 있어서 묵직한 본질이 있다. 사는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슈필라움에 대해 생각하며 지적 욕구도 채우고 공감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서글프다. 혼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난 유학 초기에 도시락을 까먹으며 내린 그 결정만큼이나 고독한 결정을 했다. 2018년 초, 충동적으로 구입한 여수 남쪽 섬의 미역창고를 내 작업실로 개조하기로 한 것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하는 작업실 이름을 폼 나게 지었다. '美力創考(미역창고)'!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 죽인다! 미역을 담가뒀던 수조는 내 화실로 하고, 그 나머지 공간은 서재로 하는 설계도까지 폼나게 만들었다. (56쪽)

 


작업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의 근원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내 공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한다. 에필로그에 그의 공간에 대해 설명해나가는 부분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나도 내 공간을 무언가 하고 싶은 의지를 불태우는 공간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정체된 생활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재미있게 읽으며 사색에 잠긴다. 가끔은 아재개그로 너무 가볍게 붕붕 뜨려고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치는 진득하니 다가온다. 어쨌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멈추지 않는 스토리에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미역창고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뿜뿜 뿜어져나오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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