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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맨부커상 소설가의 요리에 관한 책이라니 궁금했다. "나는 그저, 먹고 죽지 않을 요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하며 급한 마음으로 이 책『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줄리언 반스.『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이다.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으며, 198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13권의 장편소설과 3권의 소설집, 에세이 등을 펴냈고, 1980년대에는 댄 캐바나라는 필명으로 4권의 범죄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늦깍이 요리사, 경고: 현학자 근무 중, 중간 크기의 양파 두 개, 책대로, 10분 요리의 대가, 아니 그 짓은 못 해!, 선인장과 슬리퍼, 이의 요정, 좋은 것, 찌르퉁한 서비스, 한 번으로 족하다, 그걸 이제야 알려주다니!, 단순한 음식, 보라색의 위엄, 이것은 디너파티가 아니다, 주방 폐물 서랍장, 교훈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부엌에 서기만 하면 노심초사하는 현학자(실속 없는 이론이나 빈 논의를 즐기는 깐깐한 공론가)가 되어 가스레인지의 온도와 조리 시간을 엄수한다.'라든가 '나는 또한 요리할 때 맛보기를 꺼린다' 등 나의 요리 패턴과 그에 따른 심리를 들여다보는 듯, 이 책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한다. 요리할 때 맛보기를 꺼리는 것은 나중에 음식을 내놓았을 때 다른 맛이 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내 속사정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다른 믿음직한 핑계는 레시피를 철저히 따르니까 미리 맛을 볼 필요가 없다고 자위하는 것이고.

요리에 소질도 없고 취미도 없으며,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심쟁이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함께 투덜거리는 것이 좋았다. 지금껏 요리 잘 하는 사람들 틈에서 주눅들어 찍소리도 못했다면, 함께 투덜거릴 수 있는 동지를 얻은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 요리책을 읽으며 동상이몽의 감정을 느끼고, 시도조차 하기 버거운 요리들을 보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시니컬한 이 책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퍼블리싱 뉴스의 말처럼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요리를 망칠까봐 조금만 했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그릇까지 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던 그 어느 날의 요리처럼 내게 다가온 책이다.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니 아쉬움 가득이다. '요리책에 KO를 당하고, 무력감에 젖어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추천사에 격하게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