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태풍이 왔던 어느 날,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전기가 없으니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도 볼 수 없으니 재난 속에서 재난 방송조차 무용지물이었다. 전화를 할 수도 받을 수도 없으니 외부와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전기밥솥으로 밥을 했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밥도 없고, 냉장고 속 음식들은 전기가 없으니 언제 상할지 불안했다. 생라면을 씹어먹으며, 전기의 부재에 따른 두려움과 격하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 무렵 전기는 들어왔고 그때의 느낌은 잊고 있었다.
다시금 자발적으로 현대 사회의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바쁘게 휙휙 넘기며 오늘의 뉴스를 비롯한 각종 글을 읽어대고, 누군가의 메시지에 반응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속도에서 깊이로』를 읽으며. 이 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속도에서 깊이로 파고들어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윌리엄 파워스.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1990년 <워싱턴포스트>의 전속 필진으로 시작하여, <아틀란틱> <뉴욕타임스> <로스엔젤레스타임스> 등에 비즈니스, 정치, 문화, 미디어와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가 하버드 대학교의 조안 쇼렌스타인 언론, 정치, 공공정책 센터에서 했던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나는 이 책에서 디지털 시대를 실아가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인간은 외부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 혹은 군중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추구하는 정반대의 욕망을 '동시'에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욕망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19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거대한 방', 서문 '깊이가 필요한 시대, 천천히 느끼고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시작으로, 첫째 걸음 '거대한 방에서 벗어나는 문을 찾다', 둘째 걸음 '시간의 숲으로 들어가다', 셋째 걸음 '내 안의 월든 숲을 발견하다'로 이어진다. 에필로그 '다시, 거대한 방', 옮긴이의 글 '2000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주, 더 읽어보기 등으로 마무리 된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점점 바빠지고 있다. 바쁘지 않고 한가하게 지내면 잘못 살고 있는 듯 서로 바쁘다는 말을 자랑처럼 하고 산다. 이 책을 읽다보니 책 속에 천천히 머물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함께 현대의 삶을 짚어보며 고뇌하는 시간을 보낸다.
왜 이렇게 바쁜지 일단 고민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 이러한 모습이었나?"처럼 더 심오한 질문까지 던지게 된다. 여기에서 "인간은 왜 사는가?" 혹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던지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과연 그러한 시간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이 분주한 원인을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강요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28쪽)
저자는 디지털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철학은 바로 과거에 있다고 한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고민했던 '내부 성찰의 시간들'이 기술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2부에서 7명의 철학자들 소개한다. 플라톤, 세네카, 셰익스피어, 구텐베르크, 벤저민 프랭클린, 소로, 매클루언 등 과거의 철학자들에게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을 읽는다.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된 동명의 책의 리커버에디션이다. 아마 그때보다 지금 더, 앞으로는 조금 더, 스마트폰 시대에는 더욱더 필요한 책이리라 생각된다. 깊이가 필요한 시대에 천천히 느끼고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읽어보는 시간이다. 문득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이 그러한 질문에 함께 고민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점점 더 바빠지고 정신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이 책이 잠시 멈춰서서 쉼표를 찍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