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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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100페이지 미학'이라 불릴 만큼 짧고 간결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산해진미를 딱 한 입만 먹고 멈춘 듯한 여운이랄까. 좀더 있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발길을 돌리기에는 아쉬운 소설『나의 마지막 히어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엠마뉘엘 베르네임이다. 2017년 5월 10일 61세를 일기로 타계한 베르네임은 20년 동안 100쪽 남짓한 소설 다섯 편만 발표했다. 영화 <록키3>에 영감을 받아 쓴『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라고 밝힌 자전소설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한 여성의 용기 있는 결단과 행보를 특유의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로 그려내고 있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이 소설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범한 시작에 뜬금없는 전개, 뭉클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빠른 전개로 시선을 잡아 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엮어낸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잔가지는 다 쳐내고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에서 남길 것만 남긴 느낌이니 간결해서 더욱 강렬하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리즈, 하지만 히어로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한때 많은 이들의 영웅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은근슬쩍 다른 영웅들에 가려지고 있다는 데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데, 소설가는 이 부분을 잘 짚어내어 소설로 승화시켰다. 영화 <록키>의 영광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특히 더 반갑지 않을까 생각된다.


리즈는 어느 날 스탤론의 영화 <오스카>를 보다가 문득 생각하게 된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스탤론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의 남편을 만난 것도 스탤론 덕분이니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계좌를 개설해서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이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다. 이 계좌의 전액을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유증한다는 유언에 서명까지 했다. 그녀의 결정을 알게 된 남편 장의 반응도, 마지막 장면도, 짧은 소설을 한참 끌어가며 뭉클한 여운을 준다.


그냥 그렇게 끝내기에는 아쉽다 싶더니, 옮긴이의 말과 대담이 이어진다.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으로 갑자기 끊겨버린 소설의 아쉬움을 함께 달래본다. 이 대담을 통해 작품을 비롯한 두루두루 이야기를 통해 회포를 풀어보는 뒷풀이 시간을 가진다.

 


"너무 간결하고, 너무 건조하고, 너무 강렬하다!"

간결한 문장, 집요한 침묵, 무한한 복합성, 그리고 신비로움… (책 뒷날개 中)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100페이지'의 미학을 이 소설을 통해 접해보는 기회를 갖는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으면서도 강렬한 느낌에 '오, 괜찮은데...'라는 산뜻한 느낌이 들었기에, 이런 느낌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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