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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공감한다. 때로는 '힘내'라는 말이 위로가 하나도 안 된다는 것을 진짜 힘들 때 깨닫는다. 운동회하냐고, 왜 힘내라고 하냐고, 하나도 위로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나도 위로가 안 되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동의한다. 저자는 "죽고 싶어. 너무 우울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멘탈이 약하니까 그렇지, 긍정적으로 좀 생각해봐"라며 쉽게 조언했다고 한다. 이 말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었고, 결국 속마음을 숨기고 사람들 앞에서 억지로 웃으며 외향적인 사람인 척 연기했다고. 사실 그게 더 공허하고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책『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를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장민주.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아빠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좀 즐겁게 살아봐"라며 긍정을 강요했던 엄마 밑에서 외롭게 자랐다. 거기다 타고난 허약 체질, 외모에 대한 열등감, 예민한 성격, 집단 따돌림, 학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우울증이 나날이 악화됐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자신의 병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울증 8년차, 드디어 남과 조금 다른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원인과 다양한 증상, 우울증을 완화시킨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가면을 쓴 나'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진짜 나'로 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총 4 챕터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좋아지지 않으면 뭐 어때?'를 시작으로, 챕터 1 '우울은 나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챕터 2 '우울의 늪에 빠지다', 챕터 3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르고', 챕터 4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으니'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울한 나도 소중한 나의 한 부분'으로 마무리 된다. 내가 죽으면 이 세상이 행복해지겠지, 행복하라고 강요하지 마, 나도 모르는 새 사라져버린 기억, 여기에 내가 있어도 될까?, 가면을 벗자 진짜 나를 찾자, 먹어도 먹어도 어쩐지 속이 자꾸 허하다, 미움받을 용기?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외로움은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등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경험을 해보았기에 이 책에 나오는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직접 그 상태를 경험한 사람의 말이라 좀더 와닿는다고 할까. 주변의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툭 던지는 말에 얼마나 상처를 입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말 한마디에 그 심정이 전해져서 마음이 쓰라린다.
우리는 왜 우울증 환자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조금만 힘을 내!"라고 쉽게 말할까?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네 세포들이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고 있잖아.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돼!"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더 이상 우울한 사람에게 즐거우라고 강요하지 마라! (28쪽)

이 책은 번역서다. 저자는 대만 국립성공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다. 하지만 국적이 다르다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 문화 속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상황에 대해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가면을 쓰지 않는다. 남들에게 "나는 우울증을 겪은 이력이 있고 오랫동안 수차례의 진료를 받아왔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언제 또 재발할지도 모른다"고 태연하게 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니, 좀 더 '나다운 나'가 된 기분이 든다. (47쪽)
우울증을 직접 겪어봤고 심리학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지금도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나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