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에게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1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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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작가의 최신작이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이 책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궁금한 마음에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흡인력이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더 미룰 이유가 없어서 이 책『내일은 내일에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선영.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습자지처럼 얇은 막 같은 감수성으로 늘 눈물바람이었던 그 시절, 이 책은 어른이 된 내가 십대의 너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각자의 십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보듬어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저 먼 과거 속 한 귀퉁이 쭈그리고 앉아 한없이 작아져 있는 '내'가 등을 조금 펴지 않을까 싶다. (222쪽_작가의 말 中)


저지대 아이들, 카페 이상, 유겸이, 그날 별리동 정류장에 있었나요, 바람의 길, 엄마가 돌아왔다, 또 다른 시선, 연두콩 우체통, 두려움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집어 삼킨다, 이보라, 4월에 내린 눈, 어쩌면 이별, 살아 있는 것들의 리듬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작가의 말로 마무리 된다.


나는 연두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고1의 여고생이다. 아버지는 같고 엄마는 다른 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의 이름은 보라다. 보라를 처음 만났을 때가 열세 살, 보라는 열 살이었다고 한다. 그 상황을 떠올려보면 우울한 느낌이 들어서 처음에 연두라는 등장인물을 가까이 대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휴대폰을 별로 갖고 싶지 않은 이유가 보라가 사달라고 떼쓰다가 죽도록 맞는 것을 본 후라니 말 다한 것 아닌가. 죽도록 맞아도 원하는 걸 갖지 못할 바에는 맞아 봤자라는 것쯤은 알 나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나을까. 암울한 현실을 접하며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할까. 연두에게 세상은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하고 싶다가도, 그렇지 않은 것만은 아니니, 말을 아끼게 된다. 그저 연두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연두가 접한 현실을 가늠해본다. 

 


길고양이 네로의 등장과 함께 읽어나가는 속도가 붙는다. 어쩌면 삶이 힘들어도 순간의 따사로운 풍경 때문에 그림같은 기억으로 남는 것 아닐까. 책 속에 그려지는 장면을 바로 눈 앞에서 바라보듯 떠올리며 읽어나간다.

바람이 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네로의 털이 부드럽게 바람을 탔다. 내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가릉거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네로의 몸이 조금씩 부풀었다. 바람은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생각했는데 꽃눈이 벙그는 것도 네로의 몸집이 커지고 살이 붙는 것도 나무의 둘레가 두꺼워지는 것도 작은 꽃들이 피고 지는 것도 곡식이 익고 석류가 벌어지는 것도, 바람의 쓰다듬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4쪽)


사실은 외면하고 싶었던 거다. 이 아이의 담담한 내레이션에 가슴한켠에 묵직한 무언가가 얹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보드라운 감촉에 더 시선을 집중하며 읽어나갔던 것이다. 연두라는 아이의 일상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는 내가 위로의 말을 던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던 걸까. 그래서 소설가 이옥수의 말이 더욱 마음에 들어온다.

연두를 어떻게 위로할까. 꽤 많이 고민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단단해서 오기가 생겼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던 어설픈 위로의 말도, 사람들과의 비교도 작가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설익은 위로나 어설픈 다독거림은 없다. 어차피 감당해야 할 제 목의 삶이라면 혼자서 오롯이, 옹골차게 겪고 견디며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 주어진 현실은 그 어떤 변명이나 비겁함 없이 그대로 직시하는 것! 이것이 작가가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이고 배짱이었다. 그래도 연두의 마음밭에 결 고운 사랑 하나, 심어놓았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_이옥수(소설가)


이 책은 이전 청소년 버전의 원작을 개정해 출간된 소설이다. 한 손에 쥐어지는 크기의 책인데,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 역시 흡인력 있게 읽어나가게 되어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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