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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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제목보다는 작가 이름에 시선이 갔다.《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대리사회》의 저자 '김민섭'이다. 저자 이름을 보고 다시 책 제목을 보니 더욱 눈길을 끈다. '훈의 시대'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궁금해졌고, 나도 모르던 사회 속 문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 기대되었다. 우리 시대의 언어들을 이 책에서 어떻게 논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훈의 시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민섭.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309동1201호'라는 가명으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에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대리사회》를 썼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그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당신에게 건네려고 한다.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의 몸의 기록이었다면 이 책은 그 언어의 기록이다. 당신에게《훈의 시대》를, 한 시대를 포위하고 있는 언어의 기록을 보낸다. (11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욕망의 언어, '훈'에 대하여', 2부 '학교의 훈', 3부 '회사의 훈', 4부 '개인의 훈'으로 나뉜다. 훈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애국조회와 교'장'의 욕망들, '헌법'이 된 사훈, 창업주의 훈을 책임지는 '을'들, 나쁜 훈 이상한 훈 우아한 훈,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입주민을 위해 일한다, CCTV에 갇힌 건물주들, 집결되는욕망들 기업도시와 박사마을, 15,000원의 오늘의 훈,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당연한 것이고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것이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이라는 글제목을 보면서 떠오르는 몇몇 가지 '훈'도 있다. 시대의 욕망을 담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말에 배신을 당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 책에서는 그런 '훈'에 대해 이야기한다.

훈은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 혹은 강요하는 '계몽의 언어'인 동시에 '자기계발의 언어'다. 특히 어느 집단에 소속된 한 개인에게 위계적이며 명시적으로 다가간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회사에서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어로, 문장으로, 서사로, 계속해서 훈을 내보낸다.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그 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가훈이든 교훈이든 사훈이든, 일상 공간의 훈들은 한 개인의 몸을 만드는 데 부단히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그 주변을 둘러싼 그 언어가 그의 격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18쪽) 

 

 

 

사실 교훈, 교가, 사훈 등을 짚어보는 글을 읽으며 적잖이 놀랐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인데, 지금 보니 '이런 글들을 보며 자랐다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군가 바꾸지 않는 한, 시대착오적인 언어가 끝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은 문제를 인식하자는 데에서 시작된다. 너무도 자연스레 곁에 있지만, 진작에 변화시켰어야 했던 것들을 들춰낸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훈들이 남아 이 시대와 여전히 동시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야만의 언어들이,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언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은 몹시 모욕적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이제 폐기하고 스스로의 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논리가 다시 우리를 잠식하기 이전에 주변의 훈을 바꿔나가는 작업을해야만 한다. 이것은 대학생도, 회사원도, 한집안의 부모들도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246쪽)

 

어쩌면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문제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누구든 변화를 시도할 수 있고, 누군가 시도하는 변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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