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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인류 -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묻다
빈센트.강승민 지음 / 몽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
'쓸모인류'라는 단어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생각은 잠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추천사가 시선을 끈다.
어느덧 인생 쓸모를 다한 것
같아 헛헛해진 40대 중반의 남자와 청춘보다 더 에너제틱한 67세 빈센트의 이야기는 금세 나를 사로잡았다. 이들의 아침 대화는 쓸모 있고
생생하다. 나도 이 대화에 한자리 끼어들어 '어른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빈센트의 부엌에서 그가 손수 만드는 못난이 빵을
먹으며 그의 삶을 가까이 지켜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_김정운 (문화심리학자,『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저자)
자연스레 그들의 이야깃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빈센트 리와 강승민 공동 저서이다. 빈센트 리는 1952년
서울 출생.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하와이에서 성장했다. 40대 중반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 LA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다 지난해 은퇴하고 한국에 들어와 서울 가회동 한옥에 자리 잡았다. 우리 나이로 예순 일곱. 은퇴는 했지만 'Just do
it'을 실천하며 매일 제 삶의 쓸모를 찾아 움직인다. 강승민은 중앙미디어그룹의 월간지 기자와 출판사의 편집자로
15년간 글을 붙잡고 일했다. 의미 있는 기획 기사와 특종 기사로 독자와 회사의 인정을 받으며 인생 전반부는 그런대로 달달하게 살았다. 인생
후반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겠다는 각오로 몸을 움직여 일하는 새 직장을 찾았고, 현재는 대형 마트에서 피자 굽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이 서서히 나이의 신호를 보내고 마음은 헛헛해진 어느때 가회동에 이사 온 빈센트를 만나 '어른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쓸모는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힘든 날을 버티는 기술, 생활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과정, 그 모든 쓸모에 관한 기록이다. 결국 이 책은 쓸모에
관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별 볼 일 없는 어른들에게 특화된, '쓸모 인류로 살아가는 법'이라고 하면 조금 더 친절할 것이다.
(11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빈센트라는 쓸모 인류, 이름을 짓는다, 제 3의 공간을 만든다,
불안하지 않다, 대충 살지 않습니다, 정리 정돈한다, 필요한 것을 수집한다, 보이는 것과 감추는 것, 쓸모 인류가 만드는 삶의 풍경, 오래 쓸
물건을 고른다, '쓸모 인류'의 물건들, 불편을 참지 않는다, 아침에 빵을 굽는다, 다른 풍경의 아침을 만든다, 익숙한 것의 반대편을 생각한다,
입맛의 경계를 풀지 않는다, 음식에 대한 철학을 갖는다, 느리게 배운다, 불안 앞에서 징징대지 않는다, 이제는 다른 질문을 던질 때, 잘 살기
위한 어른의 습관, 한 번쯤 지랄해도 괜찮다, 뭘 해도 충분히 가능한 나이, 저스트 두 잇, 다른 시간을 만든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조금은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쓸모'라니,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
교훈이라도 줄 요량인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일단 책을 열고 보니 느낌이 달랐다.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삶도 좋겠다, 생각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인생이 짧다고 말한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삶이 길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곧잘 자기는 300세까지 살 거라는 말을 한다. 아직 할 일이 많아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가진 인간의 오래된 농담이다. 그 반대로 나는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아서 짧은 인생이어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된 '희망'을 간직한 어른과 그 반대쪽에 선 젊은 자의 '포기'는 민망하다. (262쪽)
일상이 따분하고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빈센트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소소한 하나하나가 자신의 삶의
철학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빈센트의 일상과 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나의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나의 소신껏 일상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어 눈길을 잡아
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