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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심코 쓰는 단어에서 엄청난 차별적 표현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짚어준다. 일단 표지의
글만 보아도 왜 이책을 읽으며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하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는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죄인'이라는 뜻의 '미망인'이나 '부족한 사람이 된 부인' 쯤으로 해석되는 '과부' 역시 극단적으로
여성을 폄훼하는 모멸적인 언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차별과 비민주적인 표현'은 도처에 널려 있다. (표지 中)
적어도 나부터라도 이데올로기 표현이 숨어있는 단어를 쓰는 것을 자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언어의 줄다리기』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지영. 일명 언어탐험가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언어의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하는 인문학자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언어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보게 될 줄다리기 경기는 단순한 언어 표현들을 두고 벌이는 사소한 말싸움이
아니다. 언어 표현들 뒤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 사이의 거대하고 치열한 대결이다.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해설자가 있을 때 경기의 관전은 더
흥미로워진다. 이제 이 책이 짚어주는 관전 포인트를 참고하며 언어의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해보기 바란다. (19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 2장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 3장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 4장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 5장 '미망인과 유가족의
줄다리기', 6장 '여교사와 여성 교사의 줄다리기', 7장 '청년과 젊은이의 줄다리기', 8장 ''요즘 애들'과 '요즘어른들'의 줄다리기',
9장 '자장면과 짜장면의 줄다리기', 10장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로 나뉜다. 각 장은 '경기장'으로 표현되고, 언어 표현들 사이의
거대한 줄다리기 경기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대통령 '각하'라는 표현에 대한 글이 나온다. 이런 논란이 있었구나, 이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구나……. 갖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잘 하지 못하던 나에게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무래도 책은 누군가 들려주는 고민의 산물이 집약된 것인가보다. 일단 펼쳐들면, 고민스러운 부분부터, 함께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 문제들까지, 알차게 담겨있다. 나 혼자는 생각해내지 못해도 누군가 먼저 문제를 지적했을 때에 따를 수는 있다는, 소심하지만 작은 힘을 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꿈꾼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대에 그런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꿈꾸고 실현시킨
사람들이 가진 인간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희망에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43쪽)


언어는 대개 그 사회의 현재
권력을 유지토록 설계된다. 언어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재조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말 속의 권력구조를 찾아내는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_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
쓰레기 분리수거, 장애인, 미혼과 기혼, 여교사, 청년 등등 현실에서도 언어 표현들이 충돌하며
벌이는 다양한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고 보니, 우리의 언어생활에 들어있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보게 된다. 언어를 언어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 사회와 그 안에서 권력과 차별을 살펴보게 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해왔던 표현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고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싹트고 모이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펼쳐들면 기대 이상의 책이 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며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를 톺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