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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쇼노 유지 지음, 오쓰카 이치오 그림,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에 의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는다고? 커피 가게는 목 좋고
사람 많은 곳에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일단 이 책의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런 경험 없이 도쿠시마에서 커피 가게를 시작한
'아알토커피'의 주인장 쇼노 유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쇼노 유지. 일본 도쿠시마현 출생의 커피 로스터다.
2006년 도쿠시마 시내에 '아알토 커피', 2014년 '14g'이란 이름의 커피 가게를 열었다. 이 책을 그린이는 오쓰카
이치오. 일러스트레이터 겸 아트디렉터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밖에 믿지 않는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은, 그것이 제아무리 확실하다고 해도 잘 알지 못한다.
부정한다기보다는 그저 모를 뿐이다. 요식업과 소매업을 해본 적도 없다. 돈도 인맥도 재능도 없다. 게다가 꿈과 희망조차 없던 나였건만 그런대로
자영업자로 10년이나 살아남았다. 스스로 체험하며 몸부림치며 잔뜩 실수하고 실패해왔기에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앞으로 뭔가를 시작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걸 슬쩍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16쪽_쇼노 유지)
지은이의 말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어'를 시작으로, 회사에서 배운 것들, 꿈이 없더라도 괜찮아,
돈은 있습니까?, 세상사는 단순하지 않아, 이름은 소중해 아알토, 저 가게라면 틀림없어, 손님을 보며 살아간다, 작은 목표를 세우자, 안심할
만한 겉모양, 유행하지 않아야 최고의 기회, 좋다고 생각했다면 쭉 믿자, 자신의 자리는 자신이 정하자, 마음에 좋은 바람이 불어오려면,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야, 가격은 가게의 자존심, 모자란 듯한 정도가 딱 좋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고 싶어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그린이의 말
'지도 없는 여행', 지은이와의 대화 등으로 마무리 된다.
살다보면 예전부터 꿈꾸던 일을 열정을 다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에 먼저 웃음이 났다. 그는 커피 로스터에 재능이 있어서, 혹은 이 일을 열정적으로 꿈꿔서 이 길을 간 것은
아니다. 생커피콩을 볶는 기계인 커피 로스터기를 망설임없이 구매했지만, 솜씨가 뛰어나지 못한 까닭에 볶아서 버리기를 반복했다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어찌어찌해서 점포 계약까지 마친 상황. 아직 장사가 될 만한 커피를 만들지 못하는 처지였음에도 가게 오픈
날짜까지 정해버렸다고 한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신 마쓰모토 씨가 진지한 얼굴로 "개업일을
미루면 어때?"라고 말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14쪽)'라는 글은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전해져서 웃음이 난다. 그의
우왕좌왕 개업기에 웃픈 생각이 들며, 완벽하지 못한,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 개업해서 10년을 살아남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도 개업을
했고 살아남았고, 책까지 출간했으니, 여기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담겨있을 테니 말이다.


부담없이 읽을 분량의 글과 펜으로 터치한 그림을 보며 어느 자영업자의 일상적인 생각을 툭 건네받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곤 한다. 평범하면서도 사교성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자영업자라면 어떤 점을 기본으로
생각해야할지 감이 온다고 할까.
가게를 하고 있으면 결단의 매일이다. 이
방식은 잘못됐을지도 몰라. 저쪽 길이 옳았을지도 몰라. 하루하루 후회의 연속이라 무심결에 효율이니 성능대 가격비니 하는 말 따위에 현혹되고
만다. 그럴 때 헤매는 과정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귀중한 물건을 얻기도 한다는 사실을 마음 어딘가에 새겨두면 헤매는 일도 즐거워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102쪽)
커피 가게를 하는 데에 필요한 노하우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생각을 갖고 일상을
살아가는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믿어주길 바란다면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 이쪽이 신용하지 않으면 저쪽은 더욱더 신용하지 않는다. 신뢰받기 위해 신뢰한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128쪽)
이 책은 보통의 평범한 자영업자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그린이의 말처럼 '살아가는 형태'를 담은
책이다. 지방에서 커피 가게를 해나가는 일본인의 에세이가 궁금하다면, 10년 자영업자의 일상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