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 - 카피라이터의 시선에 포착된 마법 같은 문장들
이시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카피라이터 이시은이 들려주는 에세이『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이다. 카피라이터가 일상에서 포착한 삶의 힌트를 들려주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휴일 오전, 이 책을 꺼내들었다. 카피라이터의 시선에 포착된 마법 같은 문장들을 이 책을 통해 읽으며 생각에 잠겨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시은. 외국계 광고대행사에 근무 중이다. 곧 17년차 카피라이터. 일본 광고와 카피에 관심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모으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나둘 블로그에 올리다 보니, 어느새 74만 명이나 다녀간 인기 블로그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책에 쓰여 있는 문장들은, 감정적일 순 있으나 잔혹하진 않으며 무력할 수도 있으나, 저에겐 분명 강력했던 말들입니다. 그래서 작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 삶에 좋은 영향을 끼쳤던 문장들이 읽는 누군가에게도 부디 좋은 힘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6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문장의 힘을 믿고 있다'를 시작으로, 1부 '지금을 버티게 해준 문장들 "의외로 월요일에 웃을지도 모른다"', 2부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한 문장들 "그동안 한 일들이 허사는 아니었다"', 3부 '사람이 힘들 때, 문득 위로가 되어준 문장들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어. 나쁜 사람만 안 되면 돼"', 4부 '한 걸음 더 내딛을 힘을 준 문장들 "끝나는 것도 어쩌면 즐거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로 나뉜다. 아침에 꿋꿋하게 일어나는 것도 능력입니다, 추억은 옛날의 것이 아닌지도, 소심한 나를 위한 건배사, 준비되지 않는 게 맞다, 못하니까 재밌다, 새것은 언제나 헌것이 된다, 격이라는 단어의 격, 후회하리라는 걸 아는 선택, 누구나 커서 악역이 된다, 사람은 다들 누군가의 짐이야, 시간은 쌓이는 것이다,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다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같은 세상을 살아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며 카피라이터인 저자의 일상, 혹은 추억을 생각해본다. 내가 접하지 못한 드라마나 광고, TV 프로그램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깨달은 바를 전달한다. 특히 일본 광고는 볼 기회가 없으니 새롭게 다가왔고, 저자의 블로그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의 공원, 두 개의 벤치가 나란히 있다. 두 남자가 각자 벤치에 앉아 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일본의 캔 커피 광고이다. 한 남자는 누가 봐도 회사원의 복장인 정장을 입고 있고, 한 남자는 누가 봐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회사원이 옆자리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슬쩍 보며 마음속으로 말한다.

'아, 스트레스 없어 보이네. 좋겠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남자는 회사원을 슬쩍 보며 생각한다.

'편해 보이네. 좋겠다.'

그 둘은 그러다 각자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면 높은 곳에서 바들바들 떨며 일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회사원이라면, 굽신굽신거리며 자존심 버리고 클라이언트를 대할 수 있을까?'

둘은 서로 고개를 저으며 상대를 향해 마음속으로 말한다.

'당신, 대단하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오늘도 수고했어.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31~32쪽)

 

'I LOVE YOU를 번역해보면'이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상상과 감성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문장, 그 설렘을 이렇게 짚어주니 알 것도 같다. 언제부터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살았던 것일까.

남자가 문득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

"달이 예쁘네요."

여자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남자의 시선이 머문 밤하늘을 보며 말한다.

"달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나츠메 소세키의 일화입니다. I love you'를 일본어로 번역하면 '달이 예쁘네요'가 된다고."

여자는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그 번역은 잘못됐습니다."

"아니, 그렇지만 일본인은 얼굴을 마주보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달이 예쁘네요. 그 말에 그 생각을 담는다. 그게 일본인의 정서라는 그런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달이 예쁜 거예요. 달이 매우 예쁩니다." (181쪽)

 

특히 텔레비전 광고는 집중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일반인으로서는 광고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이 책에 담긴 글을 읽으며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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